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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정부에 협조하다 뒤통수 맞았다” 공분

  • 교계
  • 입력 2020.07.03 21:12
  • 수정 2020.07.03 21:15
  • 호수 1544
  • 댓글 2

‘사찰 고위험시설 지정’ 파문 확산…“불교계 편향 시각 드러낸 것”
“사찰 1곳 나오자마자 교회와 동일 취급은 형평성 어긋나” 비판

정세균 국무총리가 7월1일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교회와 사찰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불교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은 “불교계를 향한 정부의 인식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불교계가 정부에 협조할 것은 다 해놓고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공분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스님과 신도들은 “정부의 편향적인 시각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 덕문 스님은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순 발언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중대본에서의 발언은 충분한 사전조사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스님에 따르면 정부가 사찰에 대해 ‘고위험 시설 지정’여부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사찰에서 발생한 사례가 많은지’ ‘법회 등 종교 활동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있는지’ ‘사찰에서 감염된 사람들이 불교신자가 중심이 된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 언급해야 한다. 그러나 사전조사 없이 사찰 1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수차례 감염사례가 발생된 교회와 동일하게 ‘고위험 시설’ 운운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스님은 “코로나19가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감염되고 있는 만큼 사찰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찰에서 감염사례가 많다면 불가피하게 고위험시설로 지정될 수도 있다”면서 “그렇더라도 합리적인 조사와 근거 없이 사찰에서 1건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무작정 고위험시설 지정 운운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도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은 전후사정을 파악하지 않고, 그 동안 코로나19 방역에 앞장서 온 불교계의 노력을 폄하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조계종을 비롯해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초창기부터 정부의 방역수칙에 협조하기 위해 대다수 사찰이 종교행사를 자제하고, 심지어 1년 중 불교계 최대명절인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까지 뒤로 미루는 등 어떤 종교보다 앞장서 대응을 해왔다”며 “전국비구니회도 각 사찰이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도록 유도하고, 긴급재난지원금도 기부하면서 국가적 재난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찰 1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전체 사찰에 대해 고위험시설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그동안 불교계 노력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스님은 “이런 식이면 누가 자발적으로 정부의 방침을 따르고 동참하겠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심 스님은 “정 총리의 발언은 불교계에 대한 정부의 편향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사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 A사찰은 법회를 통해서 감염된 것도 아니고 내방자와의 면담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특히 A사찰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도 가입되지 않은 개인사찰이고, 일반적인 사찰로도 보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 곳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불교계 전체 사찰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처럼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이어 “코로나19 확진자는 주로 교회 혹은 교회의 소모임을 통해 감염된 사례였다”면서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때는 가만있다가 사찰 1곳에 발병하자마자 고위험시설 지정 운운하는 것은 대단히 편향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때문에 스님은 “정부가 이 같은 편향적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불교계가 이번 사안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만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도 “전국의 사찰과 불교계는 지금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제정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수의 사례가 발생한 교회와 단 1건에 불과한 사찰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그동안 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해 온 불교계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이번 정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정부 측의 공식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44호 / 2020년 7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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