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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 스님 “썩은 뿌리 그대로 두고 종단안정 없다”

  • 교계
  • 입력 2020.07.06 20:49
  • 수정 2020.07.07 08:20
  • 호수 1545
  • 댓글 5

태고종 총무원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과거사 책임규명 없이는 구태 근절 못해
종단 방침 ‘종단안정’과 ‘종단화합’이지만
종헌종법 이행·파사현정 통해 실현할 것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종단을 안정시키는 것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더디더라도 종헌종법을 지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종단을 안정시키는 것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더디더라도 종헌종법을 지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하되 부드럽고, 부드럽되 강하게 종헌종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종단안정과 종도화합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또한 태고종 위상을 하루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종도들과 함께 본인의 임무를 수행해나갈 것입니다.”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7월6일 서울 하림각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호명 스님은 “지난 1년 동안 전 총무원장 측의 극단적인 내홍과 분규 조장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며 “숱한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우리 종단의 안정과 종도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호명 스님은 지난해 6월27일 편백운 스님의 전횡으로 촉발된 종단의 위기 상황에서 제27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편백운 스님이 자신에 대한 불신임 및 호법원의 당선무효 판결에 반발하며 총무원 청사를 폐쇄함에 따라 당선증 교부가 청사 앞 길거리에서 진행됐다. 당시 종단 안팎에서는 총무원장에 당선됐으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빨리 총무원사로 들어가야지 왜 밖에서 우물거리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호명 스님은 그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종단을 안정시키는 것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더디더라도 종헌종법에 있음을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그때 한결같이 지키고자 했던 바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종단은 종헌종법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인 또한 종헌종법의 테두리 안에서 종단안정과 종도화합을 꾀해나가야 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호명 스님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해 12월19일 사회법의 판결로 물리적 충돌이나 갈등 없이 원만히 총무원사에 들어올 수 있었다. 올해 6월19일에는 편백운 스님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총무원장 불신임 무효’의 소 및 ‘호명 스님 총무원장직 선거 무효’의 소도 모두 기각됐다. 때마침 편백운 스님이 6월22일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소송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며칠 뒤 편백운 스님이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항소함에 따라 다시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호명 스님은 편백운 스님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전 총무원장이 우리 종단에 입힌 피해는 막대합니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그저 참회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엄중한 책임규명 없이는 우리 종단이 되풀이해온 적폐와 구태를 근절할 수 없습니다. 현 집행부는 이러한 원칙과 손실보상 및 종헌종법을 수호하고 전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호명 스님은 지난 20여년 간 태고종에 내부 갈등이 끊이질 않으면서 “종단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제라도 태고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종단의 안정, 종도들의 자부심, 대사회적인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이러한 스님의 신념은 코로나19 정국에서 확연히 발휘됐다. 올해 2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자 호명 스님은 교구종무원 및 산하사찰에 각종 기도법회 및 행사 자제를 시달했다. 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중국과 대구지역에 방역성금을 전달하고, 코로나19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법회를 이어갔다. 선제적인 방역의 모범 사례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호명 스님이 구상한 여러 사업을 펼치지 못하게 발목을 잡았다. 당장 올 가을 태고종 종도들 마음을 모으고 결집할 수 있는 ‘종단발전을 위한 기원대법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들도 부득이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호명 스님은 “태고종의 정체성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종단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명 스님은 향후 종단 운영방침으로 ‘종단안정’과 ‘종단화합’을 꼽았다. 그러나 호명 스님이 생각하는 안정과 화합은 ‘좋은 게 좋다’는 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썩고 곯은 뿌리를 그대로 두고 종단안정과 종도화합을 꾀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언젠가 또다시 그런 위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파사현정을 통한 종단안정과 종도화합이어야 합니다.”

호명 스님은 “오랜 세월 태고종 절밥을 먹은 종도의 한사람으로서 임기 중에 우리 종단 발전의 기틀을 세우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종도 및 불자 여러분께서 더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절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부원장 성오 스님을 비롯해 총무부장 도성, 재경부장 효능, 문화부장 혜담, 홍보부장 청공, 사회부장 봉진, 동방대 교학처장 철오, 한국불교신문 주필 승한 스님과 전법사부장 심원법사 등이 참석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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