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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문단 데뷔 스님이 전하는 삶의 지혜

  • 불서
  • 입력 2020.07.07 11:29
  • 수정 2020.07.07 11:31
  • 호수 1544
  • 댓글 1

‘종이 칼’ / 법념 스님 지음 / 민족사

'종이칼'
'종이칼'

“글쓰기 공부는 어느덧 7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변에 친한 사람들은 거의 다 ‘이젠 그만 쉬어라, 칠십이 넘어 가지고 뭘 하겠냐’는 등 다들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하면 할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고 이제야 인생의 참 맛을 느낀 것 같아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다.”

세속 나이 일흔에 이르러 시작한 글쓰기가 7년째 접어들면서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비구니 스님이 삶의 단면들을 수행자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유해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산문집 ‘종이 칼’에 담았다. 천년고도 경주를 산책하며 사유한 묵직한 삶의 깊이를 전하는 이는 법념 스님이다. 

1972년 혜해 스님(2020년 5월29일 입적)을 은사로 불가에 입문한 스님은 수원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 15년간 제방선원에서 안거수행한 후 일본에 유학해 박사과정을 마쳤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1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뒤늦게 문단에 발을 디뎠다. 2017년 향곡 스님의 일화를 엮은 ‘봉암사의 큰 웃음’을 출간하기도 했던 스님은 마주한 삶의 단면들을 보면서 ‘이 말은 왜 생겼을까?’ ‘여기에는 이런 지혜가 있었구나!’라며, 의심하지 않고 무심히 지내왔던 일들에 호기심을 보이는가 하면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재밌고 아름다웠구나’ ‘옛 사람들의 지혜가 여기에 있었구나’하고 스스로 감탄한다. 책은 그 사유의 결과물이다.

“연리지는 두 나무가 상생하는데 반해 갈등은 두 나무가 상반하는 양상을 보이는 걸 보고 인간이 살아가는 양면을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칡넝쿨과 등나무넝쿨은 서로 감고 올라가며 반목하다가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갈등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어머니는 평소에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가려운 등을 긁을 수 있고 사람은 디딜 곳이 있어야 올라설 수 있다’는 말을 늘 입에 담았다. 형제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진짜 속내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했을 게다.”

그렇게 일상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지혜를 찾아낸 스님에겐 책을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도 남달랐다. “종이 칼에 베였던 상처가 양손에 보이지는 않으나 후유증은 남아 있어 새 책이 오면 조심스럽게 다룬다. 돌이켜 보니 종이 칼은 내게 있어 자극제였다. 도전정신을 길러준 고마운 존재일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 도반이라고 여겨진다. 더불어 삭도‧면도칼도 지금껏 승려로서 정진할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랄 수 있다. 칼은 남을 다치게 하지만 때론 베인 상처가 자극제가 되어 매사에 조심스레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이처럼 모든 일상을 사유로 되짚어보기 시작한 스님은 뒤늦게 문단에 데뷔하고 늦깎이 글쟁이로 지내는 자신을 향해서도 “천만번을 죽은 들 어떠랴. 좋은 글을 낳을 수만 있다면야 무엇이 겁나겠는가. 그저 목숨 내놓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해 보아야 좋은 작품이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라며, 세연을 다하는 그날까지 글쓰기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종이 칼’, 종이 자체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종이에 쓰인 글은 금강보검과 같아 백팔번뇌를 다 베어낼 수 있는 힘이 담긴 글을 읽어나가는 동안 번뇌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여기서 금강과도 같은 보석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 몫이다. 1만3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4호 / 2020년 7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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