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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교 지남될 자비‧불이‧평등사상 유마거사 가르침 한문 원전으로 이해

  • 불서
  • 입력 2020.07.07 13:22
  • 호수 1544
  • 댓글 0

‘유마힐소설경’ / 김호귀 역주 / 중도

‘유마힐소설경’

석가모니부처님의 재가제자인 유마힐이 병석에 눕자 부처님은 문수보살을 비롯해 제자들을 차례로 보내 병문안을 하도록 했다. 이에 먼저 병문안을 한 문수보살이 “당신의 병은 무슨 인연으로 생겼으며 얼마나 오래 되었고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냐”고 물었다. 

유마힐은 이에 “무명과 갈애로부터 생겼으며 일체 중생이 병이 들었으므로 나도 병이 생긴 것입니다. 만일 일체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내 병도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의 길에 들어가는 것이며 중생의 병이 없으면 보살도 병이 없습니다. 비유하면 아들이 아프면 부모도 아프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이 병들면 보살도 병들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보살의 병도 낫는 것”이라고 답한다.

유마힐은 부처님의 재가제자로, 중인도 바이샬리의 대자산가였다. 그는 세속에 살지만 대승불교 교리에 정통하고 수행이 깊어 출가수행자들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 유마힐이 병을 칭하고 누워 부처님 제자와 보살들이 문병하러 온 것을 기회로 문수보살 등과 불법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고, 그 이야기들을 엮은 경전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마경’이다.

‘유마경’은 이처럼 부처님 십대 제자들이 선정(禪定)·지계(持戒)·걸식(乞食)·불신(佛身) 등에 대해 갖고 있는 사상이나 실천수행에 대해 유마힐이 그 잘못을 지적하고 그들을 참된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재가거사인 유마힐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대승불교의 진수를 강조한 ‘유마경’은 세속에 있으면서도 대승의 보살도를 성취한 유마거사의 가르침을 담아 ‘현실의 국토가 곧 불국토’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다. “이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도 청정하다”는 유마힐의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곧 괴로움이 없는 정토, 즉 불국토가 될 수도 있고 고통으로 가득 찬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전 전반에 걸쳐 유마거사는 그 불국토를 만들어 가는 핵심 사상이 바로 자비정신, 불이사상, 평등사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유마경’이 재가불교운동의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따르는 이유다.

그래서 ‘유마경’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자 발원한 이들의 번역이 적지 않게 이뤄져왔다. 이 책 ‘역주 유마힐소설경’은 독자들이 경문의 어구를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 용어의 주석을 중심으로 번역했다. 주석의 구체적 내용은 길장의 ‘유마경의소’에 근거해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가 보완함으로써 기존 번역서와 차별화를 꾀했다. 

유마거사가 부처님 제자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편협하고 치우친 생각을 비판하면서 당시 불교의 문제점을 지적한 ‘유마경’은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비를 실천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대승보살정신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치닫는 이 시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불교가 지향해야 하는 점과도 닮아 있다. 한문 원전과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에서 유마거사의 가르침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알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4호 / 2020년 7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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