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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목불‧건칠불은 누가 어떻게 조성했나?

  • 불서
  • 입력 2020.07.07 15:57
  • 수정 2020.07.07 15:58
  • 호수 1544
  • 댓글 0

‘조선 불상의 탄생’ / 손태호 지음 / 한국학술정보

‘조선 불상의 탄생’

“조선 전기 목‧건칠불상 조성은 정치적 배경으로 왕실의 정책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왕이 얼마나 불교에 호의적인가에 따라 달라졌다. 사회적 배경으로는 불교를 여전히 숭상한 명나라와의 불교교류가 이어지면서 불상 및 불경의 전파가 계속되어 불상조성에 새로운 자극이 지속되었다. 종교‧신앙적 배경으로는 고려 후기부터 유행한 아미타신앙과 염불결사에 힘입어 부모의 극락왕생과 사후 미륵을 친견하는 염원이 불상 조성에 동인이 되었고 수륙재를 통해 무주고혼의 영혼까지 달래 편안한 나라가 되길 바라는 국가적 바램이 불상 발원에 담기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불상, 특히 조선 전기에 조성된 목불과 건칠불상의 대부분은 이같은 배경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불교 암흑기에 조성된 조선시대 불상은 석굴암 본존불을 비롯한 삼국시대 불상이나, 정교한 금동불과 거대한 석불을 남긴 고려시대 불상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조선불상에 천착한 이가 있다. 나이 마흔에 이르러 뒤늦게 불교미술사를 공부하기 시작해 동국대에서 불교미술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법보신문에 ‘옛 그림으로 읽는 불교’를 연재하는 등 글쓰기와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손태호 한국문화예술조형연구소 이사다. 

이 책 ‘조선 불상의 탄생’은 그가 연구해온 조선 전기 목‧건칠불상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겼다. 저자는 여기서 기존 연구들을 종합 분석해 조선 전기 불상이 불교억압책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조성배경은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또 불상 조성에 관여한 시주자 및 후원세력, 조각가들의 활동 양상을 분석해 불상 조성의 양상과 전개과정, 장인의 역할 등을 추적한 결과를 드러냈다. 

저자는 이를 위해 불상조성기를 자세히 분석해 조선 전기 불상의 명칭 및 조성 기간, 날자와 시주물목, 조각승의 특징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선 전기 불상의 양식적 특징을 1기와 2기로 구분하고 다시 재료별로 목조와 건칠로 나눈데 이어 불상과 보살상을 구분해 각각 그 시기별 특징을 자세히 고찰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조선 전기 불상의 뿌리는 어디이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됐는지, 나아가 조선 후기 불상으로 이행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살폈다.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1458).
나주 불회사 건칠비로자나불좌상(왼쪽, 15세기).

서문에서 연구 목적, 범위,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한 저자는 2장과 3장에서 목조‧건칠 불상의 조성배경과 조성 현황을 밝히고, 4장에서 조선 전기 목‧건칠불상의 조성기 및 발원문 분석을 통해 불상 조성에 대해 조성기 명칭, 조성기간과 봉안, 시주물목, 간선, 화주, 증명 등 소임별 역할과 그 직책을 맡았던 스님의 지위 등을 파악했다. 더불어 각 불상을 직접 조성했던 장인들을 분석해 후원세력과 관계, 수화승과 보조화사의 구체적 정보, 사승관계 및 사제지간 가능성 검토를 통해 조선 전기 최초의 조각승 유파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그리고 5장에서는 ‘조선 전기 목‧건칠불상의 양식’을 조선 전기 제1기, 제2기로 나누고 목조, 건칠별 여래상과 보살상으로 구분해 이전 시기 불상양식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신체비례와 착의법, 얼굴과 장식 등을 비교해 조선 전기 목‧건칠불상의 양식 특징을 찾아보고 그 변화 양상을 추적했다.

저자의 이러한 노력에 따라 조성발원문에는 고려 후기와 동일하게 조성시기, 조성 및 봉안처, 후원세력 뿐 아니라 고려시대는 불화에서만 기록된 ‘화원질’이 기록되어 있어 국가의 장인과 조각승, 여러 소임에 대해 새롭게 밝혀지기도 했다. 또 조선시대 처음으로 석준-원오-각민으로 이어지는 조각승 유파를 확인했고, 석준-원오와 함께 불상 조성에 참여했던 보조화승과 그와 연관된 조각승들이 17세기 많은 유파를 탄생시켰고 왜란 이후 사찰 재건에 큰 역할을 했음도 확인할 수 있다. 

불상 연구에 대한 결과물을 담은 책이 자칫 지루하게 읽힐 수도 있으나, 우리 문화재와 우리 불교조각을 조금 더 사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다보면 조선시대 불상의 뿌리를 찾아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2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4호 / 2020년 7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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