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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교를 추종하는 유명인을 교화하다

부처님의 자비는 테두리가 없다

부처님을 유물론자 동급 취급
이교도 사하장군 대화로 교화
옛 스승 계속 후원 조건으로
부처님에게로 귀의 받아들여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들은 대부분 구원을 약속하며 전도한다. 그럼 불교는 어떠할까. 부처님은 전도선언에서 그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세상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천신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이것이 전도의 목적이다. 여기에는 어떤 사회적·종교적 헤게모니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입장은 부처님 생애를 걸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한 때 부처님께서 당시 국제적 상업도시로 유명한 웨살리라는 도시에 머물고 계셨다. 그곳에서 릿차비 사람들이 집회당에 모여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고 있었다. 마침 그곳을 자이나교의 신자인 시하(Sīha)라는 아주 유명한 장군이 지나가다가 이를 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스승인 자이나교의 니건타 나따뿟따에게 부처님을 만나러 갈 생각임을 말했다. 니건타는 “그대는 행작론자로서 무작론자인 수행자 고따마를 왜 보려 하는가? 그는 무작으로 제자들을 인도한다.”고 말하며 반대하였다. 시하장군은 3번이나 거듭 청했지만 스승의 허락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자 스승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시하장군은 부처님을 만나러 간다.

[시하]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수행자 고따마는 무작론자로서 무작의 가르침을 설한다. 그리고 그것으로서 제자를 인도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붓다] “시하여, 어떤 면에서는 마땅히 ‘수행자 고따마는 무작론자로서 무작의 가르침을 설한다. 그리고 그것으로서 제자를 인도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란 무엇일까요? 시하여, 나는 신체적인 악행, 언어적인 악행, 정신적인 악행의 무작을 설하고 여러 가지 악하고 불건전한 것들의 무작을 설하기 때문입니다.”(AN.IV, p.183)

무작론자(Akiriyavādo, 無作論者)란 도덕적 행위를 부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니건타는 부처님을 도덕을 부정하고 인과를 부정하는 당시 유물론자들과 동급으로 취급한 것이다. 시하는 처음에는 스승의 만류를 들었으나 사람들이 전하는 말은 이와 달랐다. 그러자 그는 스승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직접 부처님을 찾아뵙고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다. 

부처님은 시하장군의 질문에, ‘어떤 면에서는 무작론자이며, 행작론자이며, 단멸론자이며, 혐오론자이며, 제거론자이며, 학대론자이다’라고 답한다. 핵심은 신체적(身), 언어적(口), 정신적(意)으로 악행을 짓지 않고(무작), 선행을 쌓으며(행작), 탐욕(貪), 성냄(瞋), 어리석음(癡)를 소멸하고(단멸), 신구의의 악행을 혐오하고(혐오), 탐진치를 제거하며(제거), 신구의로 행하는 악행을 학대하여(학대) 악하고 불건전한 것을 뿌리 뽑아 존재하지 않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시하장군은 그 자리에서 눈이 떠진 존재가 되었다. 그는 “존자 고따마시여, 훌륭하십니다. 존자 고따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귀의합니다. 재가신자로서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귀의하겠습니다”라고 청원하였다.

그런데, 부처님은 그런 그에게 “그대와 같이 잘 알려진 사람이라면 숙고하여 행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만류하였다. 웨살리 인근에서 시하장군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덕망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다른 종교지도자들은 서로 자신의 제자로 삼으려 애를 쓰는데, 부처님은 달랐다. 시하장군이 거듭 제자로 받아 줄 것을 청하자, 부처님은 “그대의 집은 오랜 세월 니건타들의 우물이 되어 왔습니다. 그들이 오면 음식을 대접해 주고 배려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조건을 달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이는 니건타의 수행자들이 갑자기 후원자를 잃고 힘들어 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부처님의 자비는 테두리가 없다. 그 제한 없는 자비가 시하를 더욱 환희케 한 것이다. 그렇기에 부처님의 교화는 다른 종교와 어떤 경우에도 헤게모니를 다투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에게 진리를 알려주고, 깨닫게 하여 행복으로 이끌 뿐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44호 / 2020년 7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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