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호국불교 시대
새로운 호국불교 시대
  • 민순의
  • 승인 2020.07.13 11:12
  • 호수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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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일 포털사이트에서는 광주의 집단감염이 광륵사가 아닌 방문판매발이라는 내용의 속보가 일제히 떴다. 광주시는 당일 오전 광주지역 코로나19 재확산 최초 감염원으로 방문판매와 금양오피스텔을 지목하며, 역학조사결과 대부분의 집단감염이 방문 판매에서 비롯돼 금양오피스텔을 통해 퍼졌다고 설명하였다.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절에 갈 뿐이지만 그래도 불교신자라고 저 기사들이 내심 반갑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반 년, 불교가 한국사회의 어느 종교보다도 기민하게 방역에 앞장섰다는 자부심이 있던 터였기에, 지난달 27일 광륵사 관련 확진자 발생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 “드디어 뚫렸다”라는 아연한 생각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광륵사가 사설사암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부처님을 비방하지 않는 한 8만4천 부처님 법문 중 단 한 구절이라도 따르기만 한다면 모두 불교가 맞다. 방역당국의 일시적 부주의함도 이 시국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6개월 가까이 개인의 안위를 잊고 전력해 오신 분들 아닌가. 확진자 발생의 선후를 명확히 하는 것은 방역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에 중차대한 급선무이지만, 복잡하고 지난하기 짝이 없는 역학 추적의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는 있을 수 있다. 속히 정정되었으면 그뿐, 중요한 것은 일의 효율성이지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를 자존심의 손상이 아니다.

불교계는 이제껏 썩 잘해왔다. 그 어떤 곳보다도 선제적으로 산문을 걸어닫았으며, 교계 최대의 명절인 석가탄신일을 한 달이나 연기하며 규모를 축소하는 유연함을 보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있다. 우리 모두는 부처의 씨앗. 생사의 명멸은 객처럼 내려앉은 번뇌망상의 발로일 뿐 깨닫고 보면 우리의 앉은 자리 모두가 진리의 세계라는 말씀은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금 이 자리를 분별심 없이 긍정하며 헤치고 살아가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공부하고 기도하고 수행하며 실천하는 장소가 절이 아니라 집이고 직장이면 어떠랴.

오래 전 인간의 몸으로 살다 가신 색신 부처님은 제자들이 자신의 탄신을 기념한다고 무리하게 모이다가 해를 당하는 것을 원치 않으실 것이다. 일하는 곳의 동료가 업무차 다른 조직의 직원을 만났던 날, 그 직원의 동료의 가족이 확진자와 접촉한 일이 있다 하여 사무실 내 모든 사람들이 아연했던 몇 주 전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을 뿐인데 먼 곳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이들이 이토록 건너건너 나와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인드라의 그물망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던 순간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 것.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세상의 순리이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단순한 앎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각과 몸짓은 분리되지 않는다. 깊이 아는 것은 몸으로 실천되게 마련이다.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온 나라가 정신없었던 지난 봄 스님들을 위시한 교계의 사부대중이 헌혈운동에 동참했었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가 몹시 눈길을 끌었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호국불교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호국불교다. 어쩌면 군사독재 시절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어 통용되었을지 모를 그 호국불교 말고, 구태여 ‘인왕반야바라밀경’의 ‘호국품’을 거론하며 ‘진호국가(鎭護國家)’로 호국불교를 설명할 것도 없이, 21세기 시민사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 알고 실천하여 바로 내가 속한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에 기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호국불교다.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며 또 독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넘어오며 우리 사회가 체감하는 국가의 개념이 변화했다. 그렇다면 호국의 개념 또한 변화할 수밖에. 호국불교에 시민사회 공동체의 의미를 불어넣자. 그리고 교리를 생활 속에, 앎을 실천 속에 녹여 넣자. 새로운 호국불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 nirvana1010@hanmail.net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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