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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장마와 기후위기

기자명 심원 스님

이제 여름이다. 그리고 장마철이다. 장마의 주원인인 장마전선은 온난 습윤한 열대성 북태평양 기단과 북쪽의 한랭 습윤한 한대성 오호츠크해 기단이 만나서 생기는 정체전선이다. 이 부근으로 온난하고 습윤한 공기가 다량 유입되면 장기간 비를 뿌리게 되는데 이것이 장마다.

2009년 기상청은 기후가 바뀌고 있어 정확한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해마다 해오던 장마예보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장마전선’을 ‘정체전선’으로, ‘장맛비’는 ‘정체전선에 의한 비’로, ‘장마 시작과 종료’는 ‘장마철’로 표현해 줄 것을 권장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의 장마는 과거와 달리 예측하기 힘든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장마가 시작된 장마기간인데도 비가 거의 오지 않은 ‘마른 장마’, 남부에서 시작되어야 할 장맛비가 중부 지방에서 시작되어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는 ‘거꾸로 장마’, 남부와 중부 지방 중 한쪽에만 비가 쏟아지는 ‘반쪽 장마’, 북상하여 물러났던 장마전선이 다시 남하하는 ‘되돌이 장마’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는 이러한 현상을 통칭하여 ‘돌연변이 장마’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를 예측하기 힘든 기상청은 급기야 장마예보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예전에 사용하던 용어조차 달리 표현해 줄 것을 권장하게 된 것이다.

사실 유래 없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장마를 예측한다는 것은 기상청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상청의 이러한 처지를 어느 언론에서는 ‘계륵’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이렇게 장마 후 비가 오지 않거나 장마 종료 뒤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 기상청은 항상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날씨(Weather)의 특성보단 기후(Climate)의 특성을 가진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정확하고 정량적으로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름철 중요 현상인 장마는 예보에 꼭 필요한 현상이라서 기상청에겐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일이 계륵과도 같을 것이다.”

그런데 기상청을 궁지로 몰고 있는 장마의 예측 불가능은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고, 기후변화는 환경문제와 직결된다. 파괴된 환경이 심각한 재앙을 가져 올 것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이제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은 2020세계위험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는 10년간 일어날 수 있는 5대 위험으로 ‘①극한 기후 ②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실패 ③주요 자연 재해 ④주요 생물 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붕괴 ⑤인간이 초래한 환경 피해와 재난’을 들었다. 모두 환경문제다.​

부처님은 ‘과거현재인과경’에서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은 것을 보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인류가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현재와 같은 환경문제를 초래했다면, 이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지구도 살고 인간도 살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할 수 있다. 

지난 6월 전국비구니회는 미래 세대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환경보호 캠페인 ‘푸르니 청정도량 운동’을 선언했다. 그리고 ‘생명을 살려요, 불편을 즐겨요’를 슬로건으로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비닐·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빈그릇 운동을 실천사항으로 제시했다.

이제는 더 이상 구호뿐인 환경운동이 아닌 실천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절박한 시점이다. 다른 이들이 삶의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 불자들이 먼저 솔선해야 한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작은 수칙부터 생활화 해 나간다면 미래는 우리가 노력한 만큼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돌연변이 장마에 위축되지 않고 기상청도 당당하게 정확한 장마예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전 강사 chsimwon@daum.net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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