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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련회

79년 수도권 주지모임으로 출범한 ‘원로 모임’ 

서울·경기·강원 주지스님 30여명 노인양로·어린이포교 발원
한 달에 한 번 회원사찰서 모임하며 친목 다지고 어려움 도와
“기록 없어 아쉬움…전국비구니회 외호조직으로 역할 잇길”

2010년대 초반까지도 목련회 모임은 매월 회원스님들 사찰에서 열렸다. 사진은 1990년대 초반 춘천 봉덕사에서 모임 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며 주지 혜욱 스님이 보관하고 있다.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비구니스님들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게 불교의 위상을 높여온 원동력이었다. 특히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불사와 지역 포교, 인재양성 등을 상호 지원하며 불교 발전에 또 다른 원동력이 되어왔다. 법보신문은 전국비구니회와 공동기획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비구니모임을 발굴하고 역사와 활동을 조명해 한국불교 성장에 풀뿌리 역할을 해온 비구니스님들의 뜻깊은 활약을 기록하고자 한다. 편집자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으로 첫 손에 꼽히는 단체는 단연 목련회(회장 수현 스님)다. 비구니스님들 사이에서 ‘원로급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있는 목련회는 가장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모임 가운데 하나라고 스님들은 입을 모은다. 

목련회는 1979년 9월30일 서울·경기·강원지역 주지급 스님들의 모임으로 출범했다. 이전에도 강원이나 선원 도반 중심의 모임은 더러 있었지만 ‘비구니스님들이 힘을 모아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뜻을 세운 모임은 당시로서도 드물었다는 것이 스님들의 전언이다.

목련회는 ‘복지’와 ‘포교’ ‘도제양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출범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친목모임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현재 목련회를 이끌고 있는 회장 수현 스님은 “설립초기부터 여타의 비구니모임과는 성격이 달랐다”며 “비구니스님들뿐 아니라 일반신도들도 노년에 몸을 의탁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과 어린이포교를 위한 유치원 등을 설립하자는 취지로 모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목련회의 설립 목적은 이후 정립된 회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목련회는 회칙 3조에서 ‘노후복지를 위해 복지시설을 갖추며 도제양성을 위한 장학제도와 수행정진 및 교화를 그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목련존자의 명호를 따라 눈목(目), 연꽃연(蓮)자를 사용해 모임 이름을 ‘목련회(目蓮會)’라고 명명한 것도이러한 설립 목적을 반영하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30여명의 스님들이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진관사 진관, 승가사 상륜, 성심사 명우, 기원정사 정문, 상좌 설봉, 인과선원 정덕, 정각사 광우, 청룡사 윤호, 의정부 석림사 보각, 회룡사 혜주, 안양 안흥사 수현, 춘천 봉덕사 각림 스님 등이 초기 목련회의 회원으로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당시 작성된 회원명부나 회의록 등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회원명단이나 연혁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현 스님은 “각림 스님, 상륜 스님, 정문 스님, 그리고 정문 스님의 상좌인 설봉 스님 등은 초기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목련회가 자리잡는 토대가 됐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현재 목련회 재무를 맡고 있는 춘천 봉덕사 주지 혜욱 스님도 “목련회 모임을 할 때면 20~30여명의 스님들이 오셨다”며 “초기에는 회비가 월 1만원이었는데 모임은 회원스님들 사찰에서 돌아가며 준비했고 외식을 하는 일이 거의 없어 회비를 꼬박꼬박 모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목련회가 2010년 논산 훈련소 호국연무사 건립불사에 1억원을 기탁하는 모습. 
목련회가 2010년 논산 훈련소 호국연무사 건립불사에 1억원을 기탁하는 모습. 

모임은 회원스님들 각각의 살림살이를 살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당시 회원스님들 중에는 불사를 진행 중인 사찰이 많았고 목련회는 월례모임을 통해 서로의 형편을 살피고 어려운 점을 공유했다. 특히 사찰에서 특별한 법회나 행사가 있을 때면 회원스님들이 신도들과 함께 동참해 힘을 보태주기도 했다.

목련회의 활동은 다분히 비공식적이었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알려진 소식도 적지 않다. 1993년 8월 성균관대 불교학생회 동아리실에 봉안돼있던 불상과 탱화가 소실되는 훼불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회원스님 신도의 아들이 성균관대에 재학하고 있어 이 사건이 목련회에도 전해졌다. 당시 회장이던 상륜 스님을 비롯해 수현 스님 등 회원들은 불상을 다시 조성하기 위해 불교학생회원들이 개최한 일일찻집을 직접 찾아 학생들을 위로했고 스님들의 후원으로 불단을 다시 조성할 수 있었다. 2009년에는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추진한 ‘한국불교문화사전’ 간행에 5000만원을, 2010년에는 논산 육군훈련소 호국연무사 건립불사에 1억원을 지원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되는 활동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군법당 불사와 장학금, 북한동포돕기 등 다양한 불사를 지원하며 비구니스님들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오늘날 목련회의 지원과 나눔 활동에 대한 기록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한 수현 스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매달 모임이 열리면 어느 스님이 누구를 도왔으면 좋겠다거나 이런 저런 중요한 불사가 있으니 목련회도 동참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주로 회장이나 재무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제안을 했는데 회원스님들의 동의가 이뤄지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았습니다. 각각 형편에 따라 돈을 냈고 그 액수의 크고 적고를 떠나 당초 목적대로 틀림없이 사용됐지, 다른 일에 쓰이거나 돈이 누락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서로간의 믿음이 있었기에 굳이 기록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목련회는 이제 초기 회원스님들의 뜻을 이어받은 2세대 스님들이 회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매월 열리던 회원모임도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1년에 두 번으로 축소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스님들의 참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부 스님들 사이에서는 목련회 해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목련회가 건재한 이유는 어른스님들의 뜻을 계승하려는 스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현 스님은 “이제 전국비구니회가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목련회 같은 모임이 든든한 외호조직으로 버팀목이 되어 줘야 한다”며 “좋은 일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곳을 돕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많은 스님들이 어렵게 이어온 목련회가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스님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공동기획 : 전국비구니회·법보신문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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