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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행복한절 주지 은산 스님

“더불어 사는 삶 가르치는 게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아이 어떻게 키울까’보다 ‘어떤 교육환경 만들까’ 고민해야
공동체적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최선의 교육
아이 교육 위해서는 부모부터 일상에서 ‘더불어’ 실천해야

오늘은 자녀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녀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더불어’라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하게끔 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더불어’라는 말 속에 특별히 교육이라는 개념은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어느 젊은 부부가 고민을 상담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부부는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데 지금과 같이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절에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잘 키워나갈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고 청해 왔습니다. 

저는 이 질문을 받고 고민의 초점부터 다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부의 질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고민이고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공통된 관심사입니다. 더구나 요즘 경험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너무나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험악하다고 느낄 만큼 살아가는 데 힘이 듭니다. 그러니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출산해서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대부분 느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부부의 질문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이고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라고 하는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잘 키우려고 해도 늘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출산율이 저조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가정에는 자녀들이 하나 내지 둘 뿐입니다. 당연히 부모님 입장에서는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모든 자식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를 두고서는 사랑이 지나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없고, 판단하기도 힘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이의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혼자 있을 때 부모님들은 당연히 아이를 향해 사랑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아이에게 어떠한 작용을 일으키는지도 알게 됩니다. 아이도 그 사랑을 받아들일 줄 압니다. 

다시 말해서 한 아이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아온 것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일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본인의 부모가 다른 친구들을 격려해주고 예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질투심이 납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주변의 다른 아이와 나누어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부모가 그 아이의 친구를 지나치게 사랑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질투심을 갖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어린아이의 경우만아닙니다. 어릴 때만 국한된 일도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경험과 반응은 고스란히 이어져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럴 때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걱정만 하고 혼내기만 할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첫 단추를 고민해야 합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시작되고 있기에 결국에는 많은 고생을 하고, 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괴로워합니다. 이것이 아이를 더불어 키워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더불어 키워야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당연한 이치인데, 이 이치가 잘못 적용되었을 때는 오히려 부모도 모르게 아이를 잘못 키우게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모는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반 이상으로 줄어듭니다. 좁아지는 것이지요. 판단도 아이를 갖기 이전보다 못하게 된다고 봐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만 집중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갖게 됨으로써 시야가 좁아진다는 이야기는 나쁜 측면을 부각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닙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아이에 대한 시선이 너무 집중되었을 때 아이들이 겪게 되는 일들은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도 연일 보도되고 있으며 개인적인 경험 속에서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만 보아야 하는 환경에서는 아이도 부모도 서로에게 시선을 떼려고 해도 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더불어’의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아무래도 부모의 차원에서는 안심이 됩니다. 그동안과 달리 부모는 아이에게 향했던 시야가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급기야는 아이에 대해 시선을 두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오히려 아이들은 조화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러한 이점이 공동체의 삶에 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더불어’의 삶 속에서 성장시킴으로써 어느 무렵이 되면 부모들도 아이를 갖기 이전 본인 스스로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부모 스스로 자아를 성찰할 수 있는 삶으로 살아나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공동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따로 교육이 필요 없습니다. 아이들은 저절로 성장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이 세상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이런 것들을 저절로 배우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세상이 너무 살기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기 힘든 환경이다 보니까 이제는 세상을 이끌어 갈 사람들마저 점점 줄어들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을’이라는 개념 자체가 붕괴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니, 벌써 시작되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고 점검해보면 세상이 그렇게 많이 어려워진 이유는 우리 인류가 지혜로움을 망각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자녀교육은 따로 특별한 좋은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훌륭한 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도 그에 앞서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한 부모님들의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측면을 살펴보시고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아이들의 성장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것, 이것은 따로 교육이라는 개념을 생각할 필요도 없는 좋은 교육 환경이라고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진행되는 자녀교육이 월등히 수승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를 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몇 가지만 보더라도 여러분께서는 이미 눈치를 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위한 교육, 그 첫 단추부터 다시 잘 끼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하기에 앞서 우선시 되어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편안하다”라고 하는, 사실은 맞지 않는, 좋지 않은 것을 좋게끔 여기는 마음의 경계선을 허물어야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언제부터인가 더불어 사는 것이 힘들어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부모들의 열정이 변화를 위한 더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부모들이니까, 더불어 사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더불어 사는 삶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은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거창 ‘행복한 마을’처럼 여러 가족이 수행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행복한 마을의 더불어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는 ‘나바세바 공생TV’를 통해서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이 여러분이 살아가는 삶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자 한다면, 더불어 사는 삶을 도입해보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성장한 미래세대에서는 더불어 사는 것은 어려움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랍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본래 의식으로 돌아가는 길이고 행복한 세상이 도래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함께 할만한, 더불어 살 만한 누군가가 있는지 살펴보고 함께 마음을 맞춰 보십시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더불어 사는 마을을 빨리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불하세요.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7월8일 유튜브 ‘나바세바 공생TV’에서 은산 스님이 ‘자녀교육 어떻게 할까요?’라는 주제로 설한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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