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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출가자의 복장

기자명 정원 스님

혼자 있는 방에서조차 여법하게 입는 게 출가자

회색장삼 걸쳐 입은 어떤 이가
현란한 춤추는 영상 보고 충격
지계 척도 드러낸 것 같아 민망
승복 입고 살면 언행 조심해야

어떤 스님이 페이스북을 통해 환속하겠다고 공언하자 많은 이들이 댓글로 떠들썩하게 격려와 지지를 표한 일이 있었다. 재가불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스님들이 남긴 댓글을 보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정법이 오래 머물게 하려고 율장을 제정하셨다. 어떤 마음으로 출가해야 하는지, 출가하려는 자는 어떤 절차를 받아야 하는지, 계를 받는 의식은 어떠한지, 출가사문은 어떻게 먹고 입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정해 놓으셨다. 세월 따라 부침의 굴곡은 있었으나 불법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 온 것은 출가사문의 존재 때문이었다. 율장에서 정한 출가자가 되는 관건은 외형적으로는 삭발과 가사를 착용하고 내용적으로는 구족계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출가사문의 자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은 ‘삭발’과 ‘수계’ 및 ‘가사’라고 하겠다.

출가사문의 옷인 가사는 육진을 끊어 없애기 때문에 이진복(離塵服), 번뇌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소수복(消瘦服), 오염과 집착을 멀리하기 때문에 연화복(蓮華服), 자비희사의 이익이 널리 펼쳐지고 무탐·무진·무치의 선심을 증장하고 법신혜명을 기르는 까닭에 세간 사람들이 보시하면 복의 과보를 받을 수 있으므로 복전의(福田衣)라고 한다. 북방불교에서 통용되는 승복은 엄밀히 따지면 가사와는 차이가 있다. 남방에서는 가사가 일상복이면서 동시에 의례복(儀禮服)이었으나 북방으로 오면서 가사는 의식을 거행할 때 착용하는 의례복 혹은 법복의 역할을 맡고, 일상생활은 승복이 담당하는 형식으로 분리되었다. 이것은 북방의 날씨편차, 탁발금지, 생산을 위한 노동행위 등의 사회정치적 이유, 어깨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문화적 반감 등이 탄생시킨 수방비니법이다. 중국, 한국, 대만, 베트남은 모두 가사에 승복이 추가된 형식으로 지금까지 전승되어 왔다. 따라서 승복도 가사와 마찬가지로 출가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복장이다.

진리의 입장에서야 내용이 중요하지 겉으로 무슨 옷을 걸친들 상관이 있으랴만 현상계를 사는 중생의 입장에서는 형식을 통해 진리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형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서산대사께서는 ‘눈 덮인 들판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필자가 스승과 선배들로부터 배운 바로는 혼자 있는 방안에서조차 여법하게 의복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것이 출가자라고 하였다. 요즈음 같은 폭염의 날씨에는 혼자 생활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입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문밖을 나서면 최소한 적삼을 입고, 대문을 나설 때는 두루마기나 동방아를 착용하는 것이 출가자에게 합당한 위의이다.

복장 관련하여 가장 황당했던 사건은 회색 장삼을 거룩하게 걸쳐 입은 어떤 이가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음악에 맞춰 현란하게 춤추는 동영상이었다. 한국말로 부추기는 관중의 환호에 더욱 현란해지는 막춤은 낯 뜨거움 자체였는데 이 동영상은 한때 대만 불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회자되었다. 

필자에게도 서너 명의 스님이 영상을 보내 주었는데 이들이 똑 같이 던진 질문은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이 한국 비구스님 맞느냐? 출가자가 장삼을 입고 저런 춤을 춰도 되는가?’였다. 이런 일들은 우리불교가 지닌 지계의 척도가 어느 정도인지 세상을 향해 대놓고 광고하는 것과 같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사복으로 변장하여 위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경우다. 부처님께서는 재가자의 복장을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통신수단이 발달한 시대일수록 무심코 한 행위라도 전체를 대표할 수 있으므로 종단이나 소속을 불문하고 승복입고 사는 이라면, 특히 SNS상에 드러나는 언행과 복장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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