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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세속적 삶을 영위하는 법을 통해 교화하다

재가의 삶은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

불교는 출가의 공 찬탄하지만
세속적 삶 또한 부정하지 않아
현세와 내생의 삶 행복을 위해
각각 네 가지의 원리를 가르쳐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간다. 그 세계는 욕망을 실현하는 방식을 통해 드러난다. 세속의 삶이란 욕망을 추구하는 삶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세속의 삶을 구속된 삶이라고 하고, 출가의 삶을 자유와 해방의 삶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출가의 삶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처님 또한 모든 사람의 출가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셨다.

흔히 불교는 출가주의라고 해서, 세속적 삶을 무가치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불교가 출가의 공덕을 찬탄하긴 하지만 세속적 삶을 무가치한 것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된다. 부처님은 세속적 삶을 부정하면서 죽은 뒤의 세상을 말하는 허황된 가르침을 펴지 않는다. 현실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죽의 뒤의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현세에서의 이익과 안락이 무엇인지, 미래의 이익과 안락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이 전한다. 

꼴리야 사람인 디가자누(Dīghajāṇu)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하는 장면이다.

[다가자누]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속인으로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고 아이들이 북적이는 집에서 살며, 까시국에서 나는 전단향을 쓰고 화환과 향수와 크림을 사용하고 금은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현세에서의 이익과 행복, 내생에서의 행복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해 주십시오.
[붓다] 네 가지 원리가 현세에서의 이익과 행복으로 이끕니다. 네 가지란 부지런함의 갖춤, 수호의 갖춤, 선한 벗의 갖춤, 올바른 생활의 갖춤입니다.(AN.IV, p.281)

부처님은 네 가지 원리를 상세히 풀어 설명하신다. 부지런함이란 자신이 익힌 재능과 기술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그것에 힘써 게으르지 않고 완수하는 것을 말한다. 수호란 올바르게 획득한 재물을 수호하고 보존하는 것, 선한 벗이란 덕행이 성숙한 자, 믿음을 갖춘 자, 계행을 갖춘 자, 보시를 갖춘 자, 지혜를 갖춘 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들 선한 벗에게 그 내용을 배우는 것이 선한 벗의 갖춤이라 말한다. 올바른 생활이란 자기 재산의 증식과 손실을 파악하여 사치스럽지도 곤궁하지도 않고 균형 있게 생계를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재산의 손실은 ‘여자에 탐닉하는 것, 술에 취하는 것, 도박에 빠지는 것, 악한 벗을 사귀는 것’을 들면서,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게 되면 재산의 손실이 발생하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신다.

이어, 내생의 이익과 행복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신다.

[붓다] 네 가지 원리가 내생에서의 이익과 행복으로 이끕니다. 네 가지란 믿음의 갖춤, 계행의 갖춤, 보시의 갖춤, 지혜의 갖춤입니다.(AN.IV, p.284)

이 네 가지는 사실 현세와 내생에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즉 현세에서의 이익과 행복을 얻는 방식으로 선한 벗을 사귀고, 그의 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 내용에 이 네 가지가 들어가 있다. 현세에서의 이익과 행복은 바른 직업을 통해 재산을 모으고, 균형 잡힌 생활을 통해 재산의 손실을 막을 때 가능해짐을 설하고 계신다.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믿음, 계율, 보시, 지혜의 네 덕목이다. 그래서 이 네 가지는 현세와 내생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부처님은 재가생활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를 통해 출가와 재가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지양한다. 그래서 내생의 이익과 행복으로 이끄는 덕목 중 하나인 지혜가 ‘발생과 소멸에 대하여 분명히 아는 고귀한 통찰로 완전한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지혜’로 설명된다. 이는 곧 사성제, 해탈의 길로 나아가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은 욕망을 기반으로 하는 재가의 삶의 특성을 잘 밝혀주고, 이를 깨달음의 길과 연결시켜 주는 방법을 사용하신다. 그래서 즉 두 가지 모두 크게 긍정함으로써 재가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세상과 자신을 밝힐 수 있도록 교화하신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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