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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이사장’ 물러난 선학원 변화될까

  • 교계
  • 입력 2020.07.14 09:59
  • 수정 2020.07.18 08:33
  • 호수 1546
  • 댓글 15

선학원, 20대 이사장 송운 스님 선출
파행 주도 법진 스님 표면적으론 2선
“법진 이사장 영향력 계속될 것” 전망
기존 이사들도 재선출…“변화 어려워”

(재)선학원을 장기집권하고 여직원을 성추행한 성범죄로 오랫동안 논란의 한 가운데 섰던 법진 스님이 마침내 이사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선학원은 7월13일 서울 부암동 하림각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20대 선학원 이사장에 송운 스님을 선출했다. 송운 스님의 임기는 9월18일부터 2024년 9월17일까지 4년이다.

이사회에 앞서 올해 9월17일로 임기를 마치는 법진 스님이 선학원 이사장을 다시 맡을 것인지 큰 관심을 모았다. 법진 이사장이 4번째 연임을 강행하려 한다거나 꼭두각시 이사장을 내세워 수렴청정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결과적으로 법진 스님이 이사장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당분간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들이 지배적이다.

2008년 11월 열린 법진 스님 이사장 취임식.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참석했다.
2008년 11월 열린 법진 스님 이사장 취임식.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참석했다.

법진 스님은 1995년 선학원 이사로 취임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 연속 이사장을 맡아왔다. 이사장 3선 연임은 선학원 역사에서도 초유의 일로 법진 스님은 선학원 절대 권력의 상징으로 일컬어졌다.

2008년 11월 “설립 조사와 역대 이사장님들의 설립정신과 유지를 받들어 대중불교의 전개와 화합이라는 제2의 설립정신을 내걸고 노력하겠다." "‘정화이념의 계승’과 ‘대중과의 소통’을 제2의 설립정신으로 삼아 재단 내적으로는 추락한 승가의 위의를 회복하고 외적으로는 다원사회의 간극을 해소해 화합과 소통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 등 선언과 함께 이사장에 취임한 법진 스님이 선학원 파행과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2012년이었다. 조계종이 선학원과 대각회 등 산하 법인들에 대한 관리·지원 등을 위한 법인관리법 제정을 추진할 때였다. 법진 이사장은 이를 “법인의 재산권과 인사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강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의 대립이 첨예해지고 대화와 중재는 번번이 무산되면서 법진 이사장은 선학원 정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지 종통을 봉대한다’ ‘임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 한다’ 등 문구 삭제를 주도했다. 종정 진제 스님의 자제 당부와 분원장스님들의 “단절이 아닌 대화 촉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조계종과의 결별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법진 스님의 불통 행보에 대한 반감은 선학원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보다 못한 선학원 사찰 분원장 및 창건주 스님들이 2015년 10월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을 결성하고 법진 이사장을 향해 △선학원과 조계종은 한 뿌리로 어떠한 경우에도 선학원이 탈종단화 해서는 안 된다 △조계종과 선학원은 현존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대화해야 한다 △분원장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선학원 이사회는 개혁돼야 한다 등 내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법진 이사장이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선학원 설립정신 계승에 대한 요구와도 맞닿아 있었다.

조계종을 향해서도 △선학원 소속 승려와 도제에 대한 각종 권리제한을 해제할 것 △선학원이 법인법이 아닌 선학원특별법을 제정하고 그 법에 적용받도록 할 것 △선학원을 특별교구로 지정하고 원로의원과 중앙종회의원을 배정해 선학원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될 것 △징계를 받은 선학원 임원을 사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조계종대책위에서 이를 받아들여 선학원 이사회에 선학원특별교구 및 중앙종회의원 배정 등을 제안했지만 법진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독자노선을 고집했다.

법진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는 외부는 물론 내부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을 통해 소속 분원장들을 치밀하게 옭아맸다.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고 분원장들의 반발을 막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재단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 창건주 권한이 박탈되고 분원장에서 해임되는 등 각종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재단 대표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징계의 대상이었다. 반면 이사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조차 없었다. 반발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분원장들에게 엄청난 불이익을 줄 수 있었기에 무소불위 이사회라는 비판 여론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분원의 창건주 승계나 위임 시에 모든 조계종 스님들에게 예외 없이 ‘조계종 승적 포기각서와 제적원 제출’도 요구했다. 이는 곧 조계종과의 결별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선학원 창건을 이끌었던 스님들과 경봉, 석주, 청담, 향곡, 진제, 정일 스님 등 역대 이사장들이 선학원은 물론 조계종에서도 큰 역할을 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과 단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진 이사장과 10여명 남짓의 이사들이 600여 분원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가운데 돌발 상황이 벌어진 것은 2016년 10월 법진 스님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부터다. 법진 이사장은 선학원에 근무하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피해자에 따르면 법진 이사장은 2016년 8월 선학원에서 근무하던 피해자를 불러내 차량에 태운 뒤 속초로 향했다. 법진 이사장은 속초로 향하는 도중 차안에서 피해자에게 성추행을 가했다. 속초에 도착한 뒤에는 모텔을 예약하고 변복한 뒤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 겸 술을 마셨으며, 숙박을 요구했다. 고소장이 접수되자 법진 이사장측은 변호인을 통해 합의금조로 1500만원을 제시했음도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선학원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소집해 법진 이사장 성추행 피소사건의 전모를 면밀히 파악하고 범계사실에 대해서는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에 의해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더 이상 법진 스님의 개인비리를 덮기 위해 재단 구성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진 이사장은 참회는커녕 “음해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고, 이사회도 법진 이사장을 옹호하기에 급급했다.

법진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선학원 소속 스님과 불자들.
법진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선학원 소속 스님과 불자들.

분원장모임 소속 스님들은 선학원 이사회가 법진 이사장의 사퇴를 이행하지 않자 그해 12월부터 선학원 재단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운현궁SK허브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여러 불교단체들이 참여하는 법진 이사장 규탄 집회가 지속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법진 이사장과 이사들은 재단법인이라는 철옹성에서 몸을 감춘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북부지방법원이 2018년 1월1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법진 이사장에게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강의 24시간 수강도 이행토록 지시했다. 법원은 법진 이사장의 성추행을 사실로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선학원 이사회는 법진 이사장 감싸기에 끝끝내 골몰했다. 이사회는 1월29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법진 이사장 성추행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진상조사 보고서를 채택해 사실상 법진 이사장에 면죄부를 주었다. 선학원 이사회가 법진 이사장이 여직원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법원의 판결까지 직접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성추행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선학원 중앙선원에서 70대 노구를 이끌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던 서울 아차산 기원정사 창건주 설봉 스님의 목숨을 건 호소도 끝내 묵살됐다.

대법원은 2019년 1월17일 법진 이사장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6년 10월19일 피해자가 법진 이사장의 성추행을 고소하고, 2017년 4월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공개재판에 회부한 지 2년3개월만이었다. 그동안 선학원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법진 이사장 성범죄 이력으로 인해 기존에 운영해 온 어린이집 재위탁마저 승인 심사에서 배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교계 안팎에선 대법원의 판결로 법진 이사장의 장기집권도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해임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는 이번에도 도덕과 양심은 물론 분원장들의 열망을 뒤로 했다. 선학원 이사장이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이를 철저히 감싸고 나선 것이다. 이사회는 선학원 원로·중진스님들이 “법진 이사장과 이사들은 총사퇴하라”는 외침을 애써 등진 채 대법원 판결 며칠 뒤 법진 이사장의 사직서 반려를 결의하고 한 달 뒤인 2월21일에는 총무이사 대행체제의 이사회를 열어 법진 스님을 다시 이사장으로 선출하는 ‘파격’과 ‘충격’을 연출했다. 부산 모 스님이 성매매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을 때 이사회가 창건주 권한 박탈까지 결의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사회는 이런 상황에서도 분원들이 선학원 등록 이후 취득한 재산까지 모두 법인에 무상증여하도록 분원관리규정을 개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정안은 사실상 재단 등록 사찰과 창건주·분원장이 소유한 모든 재산의 증여를 강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이행시에는 창건주 권한 정지, 분원장 해임, 사고사찰 지정 등의 중징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더욱이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게 개정안에 대한 공표나 안내 절차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선학원 내부에서 “선학원 이사회의 비이성적이고 부도덕한 행보는 재단법인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바닥을 보여주고 있다”는 탄식까지 흘러나왔다.

상식을 넘어서는 행보를 보여 왔던 예측불허의 이사회였기에 제20대 이사장에 다시 법진 스님이 선출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됐다. 선학원미래포럼 창건주·분원장협의회가 이사회를 두 달 여 앞둔 5월14일 “법진 이사장이 4번째 연임을 모의하고 있다는 소문, 꼭두각시 이사장을 세워 수렴청정할 것이라는 소문 등 20대 이사장에 대해 갖가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며 “이사회는 이에 대해 명확히 사실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또 “법진 이사장이 30여년 장기집권(이사 18년, 이사장 12년)하면서 선학원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며 “세상 사람들은 선학원을 ‘자정기능이 상실된 회복 불능의 집단’으로 전락해 개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학원 20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송운 스님은 2012년 법진 스님이 조계종과 대립각을 세울 때부터 적극 동조했던 인물로, 최근 성범죄 확정에도 법진 스님이 이사장을 지낼 수 있도록 했던 이사 그룹의 한 사람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선학원 20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송운 스님은 2012년 법진 스님이 조계종과 대립각을 세울 때부터 적극 동조했던 인물로, 최근 성범죄 확정에도 법진 스님이 이사장을 지낼 수 있도록 했던 이사 그룹의 한 사람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선학원 이사회가 7월13일 송운 스님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함에 따라 선학원에 변화가 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법진 스님의 영향력이 당분간 여전할 것이며 현재 이사들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실제 송운 스님은 2012년 법진 스님이 조계종과 대립각을 세울 때부터 적극 동조했던 인물로, 최근 성범죄 확정에도 법진 스님이 이사장을 지낼 수 있도록 했던 이사 그룹의 한 사람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또한 이날 이사회에서는 올해 9월1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정덕, 철오, 현보, 혜광, 보운, 영주, 담교 스님을 이사로 다시 선출했다. 이사장은 바뀌었지만 논란의 한 가운데 있던 이사들은 사실상 그대로인 셈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선학원 한 관계자는 “법진 이사장이 바지 이사장을 내세워 본인이 핵심 사안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선학원 새 이사장과 이사들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분원장 스님들의 분노와 절망을 직시하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송운 스님은 1960년 월정사로 출가해 1979년 선학원 이사를 시작으로 상무이사, 부이사장, 총무이사, 선학원 범행단 총괄단장, 선학원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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