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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과 보존의 가치

기자명 효탄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0.07.20 13:31
  • 수정 2020.07.20 13:32
  • 호수 1546
  • 댓글 0

일반인이 문화재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관심만 갖추게 된다면 그것이 곧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문화재 복원과 보존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얼마 전 소장하고 있던 ‘묘법연화경’ 보수 과정은 그러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문화재’란 선조들이 남긴 유산으로서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문화재는 우리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문화 발전의 바탕이 되므로 원래 모습대로 잘 보존되어야 하며, 잘 지키고 가꾸어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중요한 재산들이다.

그러한 문화재가 훼손된 경우, 훼손될 긴급사항일 경우 우리는 복원과 보전이라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복원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문화재는 석조, 섬유(직물), 지류, 금속, 토기, 도자기, 목재 등 다양한 재질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복원․보존의 경우도 재질, 종류, 상태에 따라 복원․보존처리 방법에 차이가 있으므로 유물에 대한 손상을 최대한 줄이면서 어떻게 해야 적합한 복원․보존처리를 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

복원에 관해 큰 이슈가 된 것은 2008년 2월11일~12일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사건이었다. 숭례문이 불탔을 때의 놀라움은 매우 컸다. 한 개인의 분풀이에 의한 방화였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때 복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당시 모든 역량이 총 동원되어 숭례문 복원에 힘 쏟았고 문화재 보호에 대해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되었다. 

복원의 경우 불교계에서도 황룡사9층 목탑과 미륵사지 석탑 복원이 꾸준히 논의되어왔다. 신라와 백제를 대표하는 두 탑은 역사적, 유형적 가치에 있어 대비되는 점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황룡사9층탑의 복원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인 반면 익산 미륵사지 탑은 최근에까지 이르러 복원되었다. 일찍이 미륵사지 동탑은 1992년 서탑을 모델로 완전 복원되고, 무너진 채로 서있던 서탑은 2019년 6층까지만 복원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되어질 수 있으나 서탑 전체를 복원하지 않은 것은 보편적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복원과 보존의 가치 속에서 긴 숙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복원은 아주 특수한 예외의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문화유산의 복원에 있어 일반적으로 과거를 정확히 재현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자연재해나 인위적인 대재난에 처했을 경우와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복원이 허용되어져야한다. 복원과 연결해 생각하면 낙산사 화재가 떠오른다. 2005년 4월5일 강원도 양양 지역의 산불은 낙산사와 그 주위 임야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전각 11동이 전소되고 문화재가 타버려서 지정이 해제되는 등 그 피해가 막대했다. 

숭례문 전소사건은 선(先) 방재의 중요성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시절에 사찰방재시스템 제도가 수립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템플스테이 예산이 60억으로 삭감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2011년 반영된 것이었다. 이 방재시스템 지원사업은 10년 사업으로 2021년에 종료된다. 한편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당하여 3차 추경을 7월 4일 통과시켰는데 그 추경 안에는 사찰과 관련해 보수정비와 사찰방재시스템 외에 사찰 문화행사확대와 문화재관람료사찰 지원 180억원이 들어있어 ‘민원성예산’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일이 있었다. 방재 개념의 사찰방재시스템사업예산은 9월 예산국회에 반영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보존’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복원보다는 오히려 보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존과학이라는 말이 생겨났듯이 보존에 대한 우리의 역량은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효탄 스님 조계종 성보문화재위원 hyotan55@hanmail.net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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