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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의 보물창고 ‘한국의 암자’ 인문기행

  • 불서
  • 입력 2020.07.20 14:13
  • 수정 2020.07.20 14:22
  • 호수 1546
  • 댓글 0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사성암이라는 푯말이 붙여진 곳에서 바라보면 사성암은 산 위에 떠있는 한 점의 구름처럼 아득하지만 길은 그 길로만 뻗어 있고 마음 역시 그다지 바쁘지 않다.(…) 나무 계단을 올라 전각 안에는 유리로 보전 된 암벽에 간략한 선으로 음각된 마애여래입상(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20호)이 나타난다.(…) 옛 사람들은 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목숨을 걸로 올라왔을 것이고 그들은 지극 정성을 모아 이 불상들을 새겼을 것이다. 얼마나 절박했던 믿음이어서 이 난간에 기대어 정을 쪼아대게 만들었을까.”

연기‧원효‧도선‧진각국사가 수행한 곳으로 알려진 구례 사성암은 말 그대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세워졌다. 기어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불‧보살의 가피를 받을 것 같은 암자에는 오랜 세월만큼이나 숱한 역사와 전설이 깃들어 있다. 어디 사성암 뿐이겠는가. 이 땅의 많은 사찰과 암자에는 1600년을 훌쩍 넘긴 세월 동안 수많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문화유산의 보물창고라 부르는 이유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몸과 마음이 바쁜 현대인들은 저마다 세상을 잠시 벗어나서 가고 싶은 곳, 가서 천 가지 만 가지로 흩어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쉬고 싶은 곳이 있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에게는 암자가 그런 곳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여정을 잡았고 암자를 찾았다. 

그렇게 여정을 잡아 문화유산의 보물창고인 암자를 찾은 신정일은 항상 길 위에서 옛 선지식들을 만나고 오늘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만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에 그 인연들을 담고, 곳곳에 숨어 있는 사찰의 역사와 전설, 그리고 사찰의 각종 유산들을 소개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암자에 얽힌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등 잊혀진 파편들을 하나로 엮은 책은 암자를 찾는 인문 기행에 다름 아니다.  
 

인문기행의 성격을 갖춘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에서 1600년 역사를 간직한 암자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은 전남 구례 사성암.

저자가 오랜 세월 직접 찾은 암자는 깎아지른 절벽에 세운 구례 사성암을 비롯해 의상 스님의 자취가 깃들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안동 영산암, 백제 무왕의 전설이 깃든 미륵신앙의 고향 익산 사자암, 벼랑 끝에 자리한 원효와 의상 스님의 전설을 담은 산청 정취암, 번거로운 마음을 씻어내는 순천 금강암, 도인들이 숲처럼 모여들었던 곡성 길상암, 그림 같은 남해를 바라보는 미륵을 만날 수 있는 통영 도솔암, 마애불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불심이 깃든 경주 골굴암, 백제 초의선사 숨결이 서린 부안 청련암이 있다. 

그리고 해돋이에 취한 여수 향일암, 석불만 남은 파주 도솔암, 지장보살의 영험이 깃든 고창 도솔암, 남해 보리암, 공주 백련암, 남원 백장암, 담양 추월산 보리암, 오대산 중대 사자암, 김천 수도암, 청송 주왕암, 대구 도성암, 영천 거조암 등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전국 21개 암자를 책에 담아냈다.

열다섯에 “스님이 되겠다”고 무작정 구례 화엄사를 찾았다가, 두어 달 만에 행자 아닌 행자, 스님 아닌 스님 생활을 끝낸 경험이 있는 저자는 운수납자의 운명을 타고 났는지 지금도 일 년의 반 정도를 산천을 답사하고 절과 암자를 찾느라 집 밖에서 살아간다. 전작 ‘한국의 사찰 답사기’에 이어 선보인 암자를 찾아 나선 인문기행의 여정에서 한국불교 보물창고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1만4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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