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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아라한도 예외 없는 포살

기자명 정원 스님

포살 여부는 정법이 얼마나 머물지 알려주는 척도

출가자 지켜야할 적극적 지계
2~3인 생활해도 포살은 필수
계 청정하면 정·혜 절로 성취
승단에 끼치는 영향 매우 커

출가자가 계율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때 과연 ‘무엇’을 지켜야 할까? 계율하면 흔히 떠올리는 바라제목차는 금지된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계를 지키는 소극적 지계로 지지법(止持法)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규범은 승단이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지계가 되는 작지법(作持法)인데 건도부에서 다룬다. 포살은 출가자로서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하는 필수적 작지법이다. 율장에서는 4인 이상의 비구가 모이면 승가라고 하는데 모든 승가는 대중전체가 모이는 갈마법을 써서 보름마다 포살해야 한다. 혼자 수행하는 비구나 2~3인이 생활하는 소규모 사찰도 대수법이나 심념법으로 포살해야 한다.

‘십송율’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포살갈마로 바라제목차를 설하도록 정하기 전에는 장로비구나 어린 비구들이 이곳저곳에 따로 모여 앉아서 법을 강론했다. 그것을 본 외도들이 우리는 상법(上法)이 있는데 비구들은 없다고 비난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다 같이 모여서 포살로 계를 설하라고 정하셨다. ‘사분율’에 의하면, 빔비사라 왕이 외도들이 한 달에 세 번 한 장소에 모여서 서로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을 보고 비구들도 그렇게 모이면 왕이 신하들과 같이 공양 올리겠다고 부처님께 건의하였다. 부처님께서 들으시고 묵연(黙然)하자 왕은 자신의 건의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여기고 자리를 떠났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모으고 앞으로는 보름마다 모여서 포살을 하라고 정하셨다.

포살이라는 말은 악을 버리고 선법을 증득하여 궁극에는 청정한 행을 이룬다는 뜻이다. 정주(淨住)라고도 하는데 계법 가운데 머물면 삼업이 청정해지는 까닭이다. 보름마다 자신이 계를 범했는지 여부를 스스로 잘 관찰하여 신업과 구업을 청정히 하고, 이를 통해 의업까지도 점차적으로 청정하게 만든다. 포살의 실행은 정법이 오래 머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계가 청정하면 정과 혜가 반드시 성취될 수 있으므로 정법이 오래 머물게 된다. 그래서 비니모론에서는 ‘청정이 곧 포살의 뜻’이라고 했다.

‘마하승기율’에는 아나율과 관련된 사건을 통해 부처님께서 포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셨는지 보여준다. 모든 비구들이 모여 포살갈마를 하는데 아나율이 불참했다. 사람을 보내 아나율을 데려오게 했다. 그는 아나율에게 말했다. “스님들이 모여서 포살갈마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아나율은 “부처님께서는 청정이 바로 포살이라고 하셨소. 세간에서 청정한 이가 바로 나이므로 가지 않겠소”라고 답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비구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가서 아나율을 불러 오라. 천안통을 쓰지 말고 걸어서 오라고 하라”고 말씀하셨다. 아나율은 천안통을 쓰지 않으면 앞을 볼 수가 없었다. 험한 길을 걸어서 아주 힘들게 포살 장소에 도착하자 부처님께서는 “장로인 네가 포살을 공경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느 누가 포살을 실천하겠느냐?”라며 꾸짖고 다음과 같이 정하셨다. “지금부터는 포살할 때 모든 비구들이 다 모여야 한다. 만약 참석하지 못하거나 혹은 병이 있을 경우에 위임하지 않으면 월비니죄이다.”

아나율은 아라한과를 증득했고 청정하므로 포살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부처님은 아라한도 포살은 반드시 참석하라고 하셨다. 이것은 포살이 출가자와 승단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포살갈마는 동종끼리 해야 한다. 비구 포살에 비구니는 참석할 수 없고, 비구니 포살에 비구도 참석할 수 없다. 비구니는 포살 전에 비구 승단에 교계(敎誡)를 청하는 절차를 밟고 자체적으로 포살한다. 비구승단은 자격이 있는 청정비구를 백이갈마로 선임하여 포살이 끝난 당일 혹은 다른 날에 비구니승단에 보내서 가르침을 줘야 한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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