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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출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불교계 품으로

  • 성보
  • 입력 2020.07.23 21:11
  • 수정 2020.07.24 10:31
  • 호수 1547
  • 댓글 0

조계종‧송광사‧국외문화재재단 함께
6월29일, 경매 통해 극적으로 낙찰
‘문화재 제자리찾기 모범사례’ 평가
7월23일, 환수식 봉행…귀환 축하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7월2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 고불식’을 봉행하고 성보문화재의 귀환을 축하했다.

6‧25한국전쟁 당시 국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후기 불화가 해외 경매를 통해 극적으로 불교계 품으로 돌아왔다. 해외 경매에 등장한 불교 문화재가 낙찰을 통해 환수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인데다가 낙찰자가 불화의 원래 소장처인 순천 송광사라는 점에서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모범사례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는 조계종과 소장사찰, 국외소재문화재단의 즉각적인 협력과 대처가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7월2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 환수 고불식’을 봉행하고 성보문화재의 귀환을 축하했다.

이날 공개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熾盛光如來圖)의 환지본처는 조계종과 제21교구본사 송광사(주지 자공 스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이 발 빠르게 협업한 결과물이다.

국외소재문화재 현황과 반출 경위 등을 조사‧연구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6월25일, 국외경매시장에 출품된 한국문화재를 모니터링하는 도중 영국 소재 불화 1점을 발견했다. 즉시 내용을 공유한 조계종 문화부는 화기 앞부분의 제작 연도와 봉안 사찰명이 훼손된 상황에서도 화풍과 화기를 분석했고 불화가 1898년 조성돼 송광사 산내 암자에 봉안됐던 치성광여래도 임을 확인했다. 조계종의 연락을 받은 송광사는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환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경매까지 남은 날짜는 주말을 포함해 단 2일. 송광사는 증거자료와 영문 잔고 증명서 등 경매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준비했고 즉각 꾸려진 환수추진단에 의해 6월29일 최종 환수될 수 있었다. 그리고 7월22일, 70여년의 시간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는 영국에서 원 소장처인 송광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조계종 문화부에 따르면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는 송광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한 수화승 향호당 묘영 스님이 제작했다. 102cm*141cm 크기로, 비단바탕에 채색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는 당시 전라도 지역 화풍을 보여주는 불화로 평가받는다. 중앙에 치성광여래가 있고 좌우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합장을 하고 서 있다. 치성광삼존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칠여래와 칠원성군, 삼태육성이 좌우에 나누어 배치돼 있다.

‘송광사기’에 따르면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는 16국사 중 한 명인 청진 국사가 창건한 송광사 산내암자인 청진암에 봉안됐었다. 1938년, 송광사 도성당 중건으로 청진암이 폐찰 되면서 성보들은 본사로 이운됐고 이후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거치면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환수 고불식은 도량 정화를 위한 헌향으로 시작됐다. 조계종 교육원장 진우 스님과 포교원장 지홍 스님이 헌향했고 칠원성군 정근(七元星君 精勤)이 이어졌다. 이후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이 헌다로 예경의식이 진행됐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이날 환수 고불식에서 성보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해 준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스님은 “종단이 문화재 환수에 큰 원력을 세운 것은 국민의 자부심과 정신문화가 깃든 문화재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송광사 치성광여래도가 환수된 것은 성보 보존과 전승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원력과 우리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맞닿아 이루어진 부처님 가피”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원행 스님은 또 성보 환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님은 “문화재 환수를 위한 재원마련과 효과적인 환수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문화재환수재단과 성보소장기관간의 협의를 강화하고 포괄적 기금을 조성해 차후에도 문화재 환수를 원활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은 “오늘 이 자리는 박물관 수장고가 아닌 예경의 대상으로 돌아온 성보를 맞는 자리이자 다시는 성보가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을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잃어버렸던 송광사의 성보를 되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조계종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성보문화재는 박물관 수장고가 아닌 원소장처인 사찰에 있을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난다”며 “소중한 성보가 긴밀한 협업으로 환수된 만큼 다른 문화재들의 환지본처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불식 후 자공 스님은 원행 스님에게 성보환수 기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자공 스님은 “성보가 본래의 신앙적 가치를 회복하고 예경의 대상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며 “송광사가 전달한 성보환수 기금이 앞으로 조계종이 진행할 성보 환지본처에 큰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환수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조계종과 송광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긴밀하고 즉각적인 정보공유와 협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불화의 발견부터 경매 참여까지 환수 전과정에서 상호협력이 체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조계종 문화부는 “사찰에서 다양한 연유로 유출된 도난 성보의 확인을 위해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유관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국외 경매 시장에 공개되는 성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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