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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 정수 담은 ‘한국사지 박물관’ 기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7.27 11:10
  • 호수 1547
  • 댓글 0

조선시대 ‘억불숭유’처럼 국가의 강력한 정책에 의해 절의 기능을 잃어야만 했던 산사도 있었지만 전쟁은 한순간에 산문을 닫게 했다. 몽고 침입으로 폐사된 경주 황룡사, 임진왜란 때 소실된 남원 만복사, 6·25한국전쟁으로 무너진 금강산 유점사는 1000년 동안 이어져 온 법등이 끊긴 채 폐사지로 남아 있다. 현재 남한을 중심으로 전국에 산재각처한 폐사지는 45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현자들은 사찰이 남긴 흔적을 기록해 두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범우고’ ‘가람고’ 등의 곳곳에 역동적으로 꿈틀거렸던 절의 흥망성쇠를 새겨두었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고승의 사상과 설화, 건축, 회화, 조각 속에 함축된 불교문화의 정수를 체감하고 있다.

폐사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불교계였지만 일제강점기와 6·25한국전쟁, 불교정화 등을 감내해야 했기에 대대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조사 시도는 2000년대 접어들어서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사이 수많은 폐사지는 개발, 경작, 훼손, 도난 등으로 멸실되어 갔다.  

2010년 2월,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이 전국의 폐사지에 대한 일제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온 불자들이 환영했다. 학술·발굴·보존·복원으로 가는 첫 관문이 ‘일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절터에서 발굴한 성보와 현황 기술은 물론 뒤바뀐 지형이나 밀림으로 변한 현장조건까지 세심하게 담아낸 ‘한국의 사지’는 폐사지가 ‘문화재의 보고’임을 사부대중에게 또렷이 인식시켜 주었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사지 박물관’ 건립에도 박차를 가한다고 한다. 전시 박물관의 한계를 넘어선  폐사지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기능을 담보한 박물관이다. 2021년부터 타당성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산이 관건이겠지만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건립불사 원력을 세웠다고 하니 확보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불교를 넘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후손과 세계인에 전하는 불사이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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