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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보는 아이들 시선 공감 절로 마음 따뜻해지며 웃음 짓는 시

  • 불서
  • 입력 2020.07.27 13:28
  • 호수 1547
  • 댓글 1

‘괜찮아 너는 너야’ / 이수경 지음‧장준영 그림 / 책고래

‘괜찮아 너는 너야’

지리산 자락, 섬진강 자락, 설악산 자락, 무등산 자락, 한라산 자락, 그리고 크고 작은 섬은 물론 한적한 작은 읍이나 큰 도시에도 아이들이 살고 있다. 그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기도 하지만, 할머니하고만 살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살기도 하며, 엄마가 없기도 하고, 아버지와 둘이 살기도 한다. 언니 오빠, 형 누나가 있고, 동생이 있기도 하지만 혼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아이들 가슴속에는 ‘동심’이 깃들어 있다.

책고래아이들 시리즈 22번째 권으로 선보인 ‘괜찮아 너는 너야’는 이처럼 그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 가슴에 깃든 동심을 푸근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동시 68편을 담고 있다. 아이들 마음을 읽어내 해맑고 정감어린 동시를 지어 온 시인 이수경이 더욱 섬세한 눈길로 아이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우리들은 산골 아이/ 가랑비 만나 놀다가/ 여우별 따라 다니며/ 논틀밭틀 뛰놀아요/ 감자 먹고 또 놀아요// 우리들은 산골 아이/ 살여울 합창 들으며/ 물수제비뜨며 놀다/ 물장구치며 놀아요/ 풍뎅이 잡고 놀아요//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나뭇가지만 있어도/ 꽃숭어리같이 모여서/ 우리들은 산골에서/ 산골하고 잘 놀아요/ 튼실하게 자라나요. -‘산골 아이’”

산골뿐만 아니라 도심을 벗어난 농‧어촌 어디서라도 볼법한 풍경을 그려낸 ‘산골 아이’는 그곳 아이들만의 해맑은 모습을 가득 담아내 나이 지긋한 어른들까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시인은 또 전학을 앞둔 어느 날, 반 친구들 이름을 꾹꾹 눌러 적으며 울음을 삼키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마을 아이들이 모여 숨바꼭질을 하다가 하나씩 삐쳐서 “나 안해!”하고 토라지면 결국 나도 삐쳐서 집에 가는 속상함을 그려낸다. 여기에 둘이 놀다 “너랑 안 놀아”하고 다투고서도 차마 돌아서지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보는 여자아이들의 순한 마음을 담아낸 시를 만나면 책장을 넘기다가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머물게 된다. 그렇다고 친구들 이야기만 담긴 게 아니다. 

“남실남실/ 벼 자란/ 우리 논에서// 하얀 백로/ 벼 사이로/ 고개를 들면// 러닝 입고/ 일하시던/ 아버지 같아// 학교 다녀오다가/ 우뚝 멈춰요// 입원했던 아버지가/ 오셨나 하고//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게 돼요. -‘하얀 런닝’” 

이처럼 아이들 마음에 담긴 가족사랑 이야기도 가득하다. 또 영정사진을 찍던 날 갈라진 손이 수줍어 자꾸만 숨기던 할머니, 남들은 듣지 못하는 아기 우는 소리에 장사하다가 배달 가다가 뛰어오는 엄마, 시동이 안 걸려 애를 먹이는 경운기를 힘차게 돌려 시동 걸고 땀 닦는 할아버지까지 눈에 보일 듯 그려낸 시는 때로 가슴 저릿하고 때론 훈훈한 가족과 이웃,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삶까지 행간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사는 곳이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지만 그 다름은 차별이 아니다. 어느 곳, 어떤 환경이 더 낫고 못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 자체로 괜찮다는 것이다. 시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에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시인이 그려낸 아이들 마음을 읽다 보면 절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1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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