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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참된 화합을 위한 불교가 되자

기자명 법장 스님

종교, 카르텔 형성 공간으로 전락하면 안돼

무늬만 불자인 정치인들이
선거철 되면 대량으로 등장
종교는 다툼 대신 화합 설득
정견의 눈으로 참 세상 인도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소통’이다. SNS나 유튜브 등의 미디어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소통이라는 주제가 지금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예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소통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종교였다. 특히 법회나 예배에 참석하여 종교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여러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한 것이 종교행사였다. 과거에는 신라의 연등회나 팔관회 등에 왕족이나 귀족들이 참석하여 자신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자리로 삼았고, 현대에도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같은 종교행사에 참석하여 자신들의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에 종교는 자신들의 기도와 서원을 이루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동맹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소통의 장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종교의 모습은 현재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를 통한 소통이 때로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거나 그 안에 속하기 위해 여러 부정적인 일들이 생겨나며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 예로 유력 정치인이 어느 교회를 다니며 주변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 속에서 그 교회가 단순한 신앙 활동의 장소가 아닌 자신들만의 카르텔과 같은 집단으로 이용되고 거기에 소속되지 못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모습 등이 종종 뉴스에 소개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등의 소재로도 등장하며 특정 종교행사에 속해야만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을 얻을 수 있는 통과의례같이 비춰지는 모습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분명 세상의 모든 종교는 화합과 사랑을 말하고 가르친다. 그 안의 교리라는 것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배불리 하라고 말하는 종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안에 소속된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종교의 성스러움을 퇴색시키고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켜버리고 있다. 불교에서도 이처럼 종교인으로써 누군가와 대립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행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다. 특히 ‘범망경’ 제19경계인 ‘투쟁양두계(鬪諍兩頭戒)’에서는 양쪽 사람들을 싸우게 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여 종교인들의 다툼을 주의시키고 있다. 이 계는 특히 이간질을 금지시키는 것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하여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전국의 사찰을 찾아간다. 이 중에는 정말 성실하게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합장조차도 할 줄 모르고 부처님 앞에서 머리 숙이는 것조차도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정말 단순히 종교를 이용해 자신들의 표와 민심을 얻기 위한 거짓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신자들 앞에서 갑자기 독실한 신자가 되어 불교를 이용해 다른 정당을 비방하고 자신들만이 같은 불교인으로 함께 나아갈 것이라는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늘어놓는다.

현대인들은 예전과 같이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합리적인 믿음을 추구한다. 만약 종교가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앞선 예와 같이 특정 정당의 말도 안 되는 공약에 동참하거나 따라준다면 그 종교는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잃고 멀어지게 될 것이다. ‘유가사지론’에서 말하는 종교의 모습은 “보살이나 중생이 나쁜 벗과 어울리는 것을 보면 오히려 그 나쁜 벗과 멀어지게 하여 그에게 이익과 안락이 생기게 하기 위해 이간질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종교는 특정 단체나 사람들을 위한 도구나 장소로 악용되어서는 안 되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그들을 바르게 이끌어주어 참된 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매서운 질타를 해주어야 한다. 우리 불교도 참된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항상 정견의 눈으로 세상과 함께 하고 참된 가르침의 길로 인도해주어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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