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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 수행 조혜경(해인, 61) - 상

기자명 법보

크리스천으로 100일 기도 중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 읽고 개종
‘법화경’독송은 매일 수행 일과
대소사 같이한 도반 있어 행복

해인, 61

‘코로나19가 어서 소멸이 되게 하소서!’ 

진정으로 온 국민이 간절하게 염원하는 요즈음의 기도 제목이리라. 이렇게 나라와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기도해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오늘은 유난히 장맛비가 폭우가 되어 내리고 있다. 나에게는 장마가 가져다준 선물 같은 평온한 밤이다. 비로 인해 가게도, 집도,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침묵으로 가득한 공간을 음악으로 채운다. 직장과 결혼으로 분가한 아들들이 남겨 놓고 간 공간을 요즘은 도반들이 사랑으로 자비심으로 가득 채워줘서 소소한 행복이 가득하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해 본다. 진실로 우리는 모두 혼자이다. 각각 주어진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힘들게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 힘겨움과 외로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나는 일찍부터 부처님과의 동행을 선택한 인연으로 어려움이 닥쳐와도 그다지 힘들거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지 않고 살아왔다. 

어디든 법당은 내가 자유롭게 호흡하고 기쁨을 누리는 공간이다. 그리고 다소 빡빡한 일상으로부터 나를 구제해주는 불국토였다. 대부분 사람은 눈앞의 현실에 급급해져서 명상이라던가 영적인 이야기를 등한시한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대화의 주제로 삼아 말할 때면 다른 이들의 반응은 4차원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무관심하게 대응한다. 

‘영원한 것은 무엇이며 덧없는 것은 무엇일까?’ 종교적 성향이 짙었던 스무 살 한 여인의 나로 돌아가 본다. 나는 당시 크리스천이었다. 이 풀리지 않는 화두를 주위에 계셨던 목회자분들께 숱하게 여쭈어봤다. 하지만, 뾰족한 답은 없었다. 오히려 기도가 부족하다고 100일 기도를 숙제로 주셨다. 그 당시 새벽기도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기도를 하던 중 우연하게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100일 기도를 마친 뒤 나는 불교로 개종을 하게 되었다. 

이후로는 삭발하고 입산하는 꿈도 꾸었다. 닥치는 대로 불서를 구해 읽었다. 근처의 절에 다니며 불심도 차근차근 키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저한 불교 집안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두 아들을 홀로 키울 자신감은 어디서 났을까? 나는 남편의 입산을 응원하였다. 그리고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두 아들 학교 공부를 시키고, 포교사 공부도 했다. 그렇게 해서 부산진경찰서, 서부경찰서,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찾아 법회 봉사하는 팀에 동참했다. 유치장에서도 법당에서와 똑같이 법회를 본다. 칠정례를 올리고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 그리고 정성껏 준비해 간 법문도 들려주었다. 

그렇게 봉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불자다운 삶을 살기 위해 실천 목록에 적어 두었던 기도와 봉사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존경하는 스승님과 도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혼자였다면 멈추었을 일들이다. 

삶의 여정에 동참해주신 존경하는 스님들과 소중한 도반들께 두 손 모아 감사를 드린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가족보다도 더 큰 힘이 되어준 도반들을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가 부족하다. 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했음을 새삼 느끼며 나 자신도 주위에 향기 나는 불자로, 도반으로 영향을 주고 싶다. 

무엇보다 ‘법화경’ 독송, 사경, 자비도량참법 등 정진에서 정진으로 이어진 기도는 곧 4000일 회향을 앞두게 된다. 특히 법화경 독송은 이제 매일 한 품씩 읽어오면서 삶에서 빠지지 않는 수행의 일과로 자리매김했다. 

끊임없이 함께 기도해주시며 격려와 용기를 주신 두 분 스님께 감사의 합장을 해본다. 또 함께 기도에 동참해 온 도반들도 소망하는 모든 일을 원만하게 성취하기를 기원해본다. 

요즘같이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함없이 긴 세월 함께 기도하고 봉사하고 대소사를 같이 해나가는 도반이 있음은 기적 같은 일이 아닐까 싶다.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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