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쪽방촌. 편히 누울 공간도 없는 0.5평 할아버지의 공간에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가운지 할아버지는 좀처럼 잡은 스님의 손을 놓지 않았다.
스님이 전해준 선물꾸러미를 받아든 어르신은 연신 함박웃음을 지어보인다.
“코로나19로 집에서만 지내 심심했는데 오랜만의 대화에 너무 즐겁네요. 스님, 여기까지 찾아와주시고 맛있는 것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7월29일 창립 25주년을 맞아 영등포 쪽방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 1500여명에 간편식과 생수가 담긴 선물꾸러미를 전달하며 자비나눔을 실천했다. 행사에 앞서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보인 스님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스님은 쏟아지는 비속에서도 한명한명에 선물꾸러미를 전달하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보인 스님은 “아직 대한민국에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우리 재단은 지역 내 소외계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작은 기쁨을 드리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외계층들의 어려움은 가중되는데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정된 범위 내에서라도 도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영등포 쪽방촌에서 수십 년 동안 봉사해온 ‘쪽방도우미봉사회’와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쪽방도우미봉사회’는 매주 목요일마다 영등포 쪽방촌에서 국수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박부득 쪽방도우미봉사회 팀장은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20여년 동안 영등포쪽방촌에서 봉사해왔다”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줘 감사하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개인의 원력으로 오랜기간 국수봉사에 참여했다는 김윤석 마포경찰서 경감도 “쪽방촌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들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며 “이들에게는 한 끼의 식사라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물꾸러미를 전달받은 김태수씨는 “스님들과 봉사자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스님들도 건강하시고 주신 음식 맛있게 먹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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