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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남편·아빠 되는 게 최고의 포교 비법이죠”

  • 교계
  • 입력 2020.07.31 13:52
  • 수정 2020.08.04 15:55
  • 호수 1548
  • 댓글 0

봉화 청량사, 7월26일 회원 20여명 동참으로 ‘좋은아빠모임’ 발족
어린이법회 참석 자녀 손잡고 오던 아빠들 “모범불자 되겠다” 발원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청량사 ‘좋은아빠 모임’의 회원 여러분들이 가족을 부처님처럼 모시는 가운데 세상 모든 아빠들의 본보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봉화 청량사 회주 지현 스님의 당부에 자리를 함께 한 아빠들은 합장인사로 화답하며 굳건한 원력을 전했다. 7월26일 청량사에서는 ‘좋은 아빠’가 될 것을 발원한 거사들의 특별한 모임이 꾸려졌다. 모임의 이름도 ‘좋은아빠 모임’. 발족식에 참석한 7명의 아빠들을 비롯해 20여명의 회원들은 가족 화합의 중심으로서 아빠의 역할을 고민하고 불자답게 살아가는 아빠들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사회 곳곳에 확산돼 포교의 씨앗이 될 것을 발원했다.

‘좋은아빠 모임’은 청량사 어린이법회로부터 잉태된 모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86년 5월 황량한 폐사지나 다를 바 없던 청량사의 주지 소임을 맡은 지현 스님은 곧바로 어린이법회를 꾸렸다. 처음 열린 어린이법회에 참석한 어린이는 단 두 명. 하지만 인근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며 법회를 알리고 아이들과 교류한 지현 스님의 노력이 거듭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매주 일요일마다 50여명이 넘는 어린이들로 청량사 경내는 떠들썩해 졌다. 아이들이 절을 찾으며 곧이어 엄마들의 모임인 자모회도 꾸려져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청량사 인근 영주, 안동, 봉화 시내에서부터 버스를 타고도 1시간 이상, 다시 4km 가량의 산길을 걸어와야 되는 산골 사찰의 어린이법회는 어느새 불교계를 대표하는 포교의 모범사례로 손꼽혔다.

이때 지현 스님의 눈길을 잡아 끈 것은 바로 ‘아빠’들이었다. 아이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절에 가는 모습에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을 절에 데려다 주는 ‘운전기사’로, 혹은 아이들을 따라나서는 아내의 권유에 못이기는 척 연말이나 부처님오신날에 한 두번 절을 찾아오는 아빠들을 스님은 정성껏 맞이했다.

“처음에는 그냥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고 청했습니다. 아이들이 법회에 참석하고 엄마들이 사중에서 신행활동을 하는 동안 아빠들은 그야말로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어색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죠. 스스럼없이 아빠들과 차 한잔하면서 틈 날 때마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권했습니다.”

마당에 풀을 뽑을 때 일손을 부탁하기도 했고, 무거운 짐이 있을 때도 아빠들을 먼저 찾아 도움을 청했다. 기타 연주를 잘하는 아빠에게는 아이들에게 기타 강습을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절에서의 시간이 자연스러워진 아빠들은 어느새 매주 일요일마다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청량사를 찾아왔다.

7년째 매주 일요일마다 두 명의 아들과 함께 청량사를 찾고 있는 최재홍 거사도 그 중 한명이다. 좋은아빠모임이 발족하며 첫 회장을 맡은 최씨는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일요일마다 청량사에 간다기에 궁금하던 차에 스님에게 인사라도 드릴 겸 2014년 연말에 처음 청량사를 찾은 것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일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법회에 참석하고 내려오면 오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도 가고 영화도 봅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게 가장 좋은 점입니다. ‘좋은아빠 모임’이 발족했으니 이제는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더 많은 아빠들이 청량사를 찾을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일요일마다 청량사에 ‘출근’ 도장을 찍는 최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느덧 ‘일요일에는 으레 절에 가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최씨를 따라 청량사와 인연을 맺은 아빠들과 가족들도 꾸준히 늘어났다. 지현 스님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아내에게 잘해야 합니다. 부부관계가 좋아지면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가정도 화목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불자가족이 이웃에게 모범이 될 때 불교도 자연스럽게 확산돼 나갈 수 있습니다. ‘좋은아빠모임’은 아내를 부처님처럼 대하고, 자녀를 미래의 부처님으로 여기며 화복한 가정을 이끄는 아빠들의 모습이 향기처럼 우리사회에 퍼져 종국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 사회에 전하는 또 다른 포교의 교두보가 되어주길 희망합니다.”

‘좋은아빠모임’의 주축은 자녀가 어린이법회에 참석하는 아빠들이었지만 ‘좋은아빠’가 되고 싶은 아빠라면 누구나 동참가능하다. 회원 자격은 딱 두개다. 아내에게 잘하는 남편, 아이에게 친숙한 아빠. 청량사에서 시작된 ‘좋은아빠모임’의 작은 날갯짓이 불교 미래에 희망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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