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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민기 작가-신천지, 삽화 무단 사용하고 변명만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20.07.31 16:26
  • 수정 2020.08.01 17:47
  • 호수 1548
  • 댓글 2

조민기 작가 특별기고

“조작가, 영상 하나 보내줄 테니 봐. 신천지서 우리 그림 가져다 사용했어.”

7월28일 화요일, 늦은 저녁이었다. 월간 ‘맑은소리맑은나라’ 대표의 전화 속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다급했다. 영상을 본 나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천지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한 중년 남자가 천년고찰 통도사를 소개하고 있었다. 남자는 통도사의 창건 역사와 부처님 당시의 이야기를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고, 그를 따라 다니는 두어 명의 사람들은 깊은 감명을 받은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남자의 설명이 가관이었다. 통도사를 찬탄하는 듯 하며 뒤로 부처님 가르침을 통째로 왜곡하는 것을 넘어 구절구절 성경에 끼워 맞추는 식이었다.

지난 2월, 신천지는 천지일보 자매월간지인 ‘글마루’를 통해 영상홍보를 한다며 통도사에 접근했다고 한다.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영상이 올라온 날짜는 7월22일이었고 일주일 사이 4만번 가까이 조회됐다. 불교의 우수성을 전파하기는커녕 자신들의 교리를 설파하기 위한 왜곡에 황당해하고 있을 때쯤 ‘부처님의 십대제자’에 수록된 삽화가 화면에 등장했다. 부처님께서 연꽃 한 송이를 들고 계신 모습으로 ‘두타제일 마하가섭’ 편에 수록된 삽화였다.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 말로만 듣던 신천지 피해의 당사자가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속 삽화를 무단 도용한 천지TV 화면 갈무리.
‘부처님의 십대제자’ 속 삽화를 무단 사용한 천지TV 화면 갈무리.

영상에 사용된 삽화는 출판사는 물론 저자인 필자나 삽화가인 견동한 작가에게조차 동의를 구한 적이 없었다. 그보다 더 분노하게 한 것은 엉터리 설명을 보완하기 위해 삽화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십대제자’는 내가 쓴 첫 번째 불교 이야기로 부처님께 바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글이었다. 조계사보 ‘가피’와 월간 ‘맑은소리맑은나라’에 연재하면서 불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상상하며 견동한 작가와 함께 삽화를 완성해왔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났다.

‘부처님의 십대제자’를 출간한 ‘맑은소리맑은나라’에서 강력하게 항의하자 천지TV는 “포털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사용했을 뿐, 출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변명했다. 거짓말이었다. 출처는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다른 매체에서 삽화 사용을 부탁받은 적도 많았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속 ‘마하가전연 존자의 이야기’ 편 삽화는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빈자일등’의 이야기를 할 때 배경으로 나온 적도 있었다. JTBC는 촉박한 상황에서도 어렵지 않게 출처를 찾았고 정중하게 사용 동의 구했다. 무단 사용에 대한 사과는커녕 궤변을 늘어놓는 천지TV의 대응은 그래서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조민기 작가
조민기 작가

교계의 강경한 대응으로 천지TV의 통도사 영상은 비공개로 바뀌었으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변명만 했을 뿐 여전히 사과하지 않았다.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불교와 통도사에 대한 왜곡으로 얼룩진 영상이 여전히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신천지가 이를 시작으로 교계와 불자들의 눈길이 닿지 않은 크고 작은 사찰에 다정한 얼굴로 접근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다정한 얼굴과 겸손해 보이는 태도 뒤에 불교에 접근애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고, 불자들을 그들의 교리로 세뇌한다면 그때 불교는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가슴이 서늘해진다.

자비와 관용은 부처님의 가르침이지만 용서와 베풂이 자비의 전부는 아니다. 잘못된 일은 바로잡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 정법이 아닌 이들에 맞서 부처님의 지혜를 바르게 실천하는 것도 불자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악의와 왜곡에 맞서 서릿발 같은 지혜의 칼날로 그릇된 논리를 부수고, 정법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처님 앞에 삼배를 올릴 자격이 없는 불자일 것이다.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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