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경 수행 조혜경(해인, 61) - 하

기자명 법보

‘법화경’ 독송으로 새벽 열어
사경은 법문 몰입에도 도움돼
경 읽는 기쁨 봉사로 이어져
누군가를 돕는 손발 되길 발원

해인, 61

새벽 3시30분. 이 시간이 되면 나와 도반들은 한결같이 ‘법화경’ 독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한 품씩, 각자의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공명의 힘을 느낀다. 오늘도 감사로 충만한 새벽의 문을 연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정진을 이어간다는 것은 소중하다. 함께하는 도반이 있어 고맙고 더불어 실천할 수 있어 감사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의 풍파는 모질었다. 그래도 그때마다 나의 손에는 ‘법화경’이 있었다. 힘들다, 벅차다 싶을 때는 ‘법화경’을 펼쳤다. 어떨 때는 철야 정진을 하며 ‘법화경’ 전권의 독송을 마치기도 했다. 49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법화경’을 쉼 없이 사경한 기억도 생생하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모른다. 세상의 풍파는 별일 아닌 듯 지나갔다.

‘법화경’ 정진의 인연은 20년 전 즈음 한 보살님의 권유로부터 시작한다. 보살님께서 권해 주신 경전본은 한글 풀이된 번역서였고 독송하기 편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경전을 받아 읽고 또 읽었다. 자연스럽게 경전은 관심 분야가 되었고 여러 번역본을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공부가 되었다. 한 권 한 권 책을 엮은 스님마다 정성과 가르침을 오롯하게 녹여냈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 시기를 거쳐 언젠가부터 지금 읽고 있는 번역본에 정착했다.

물론 자연스럽게 다른 여러 경전도 공부할 기회가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비유가 많은 ‘법화경’은 읽을수록 신심이 났다. 더 큰 환희심은 여러 법석에서 큰스님들을 뵙고 법문을 들을 때였다.

경전을 반복적으로 읽는다고 해서 그 내용을 단박에 이해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경전을 읽고 또 읽는 가운데 그 내용이 새겨진 덕분일까. ‘법화경’을 독송하고 사경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큰스님들의 법문을 들을 때마다 법문에 대한 몰입도가 더 깊어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짐작하건대 아마도 스님들께서 가장 많이 인용하시는 경전이 바로 ‘법화경’인 덕분이리라.

‘법화경’ 비유를 언급하시면 더 집중이 잘 되었고 꼭 법문의 주제가 ‘법화경’이 아니더라도 법문을 듣는 것 자체가 직접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생생한 감동이 있었다. 경전 독송과 법문 경청을 함께하는 신행을 도반들에게 권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대덕스님들의 법문을 두루 들을 수 있는 ‘부산불교거사림’ 정기법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동참한 지 어느덧 횟수로 9년째가 된다. ‘경 읽고 법문 청하는’ 수행의 기쁨을 법석에서 다시 소박한 봉사로나마 회향할 수 있어서 기쁘다.

몇 해 전 재적 본찰인 홍법사에서 108산사 순례로 제주도를 다녀와서 사찰 회보에 짧은 글을 쓴 기억이 떠오른다. 제주 순례는 자연의 위대함에 아득한 숙연함과 숨이 가쁘도록 작아진 내 존재를 맛보게 했다. 한편으로는 한 많은 영혼이 잠들어계신 제주의 아픔을 마주해야 했다. 제주의 자연과 조화를 이룬 여러 도량을 순례하며 역사 속 아픔을 풀어내는 스님과 불자들의 정성에 감동했다. 수행의 진정한 가치는 회향에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금 실감하는 여정이었다.

수행하는 삶, 포교사의 길을 더욱 다짐했던 여정의 기록을 회상한 이유는 하나다. 뒤로 숨고 싶은, 부족함이 가득한 이 글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수행의 끈을 붙잡게 하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깊은 밤 작은 촛불 하나도 큰 광명의 역할을 하듯이 말이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나는 이왕이면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위해 손발이 되는 길을 걷고 싶다.

폭우와 햇살이 반복하는 여름 날씨를 뒤로하고 오늘도 어느덧 깊은 밤이 찾아온다. 이제 염불로 일과를 마무리할 차례다. 그리고 소중한 인연을 향한 축원으로 기도를 회향할 것이다.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부디 저와 인연 맺은 일체 조상님과 일가친척, 원근 인연 대중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고 화합하는 단체, 화목한 가정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아미타불!’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