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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atti Pikkujamsa,Antti Ervasti의 ‘컵 오브 테라피’

기자명 박사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부처로 사는 법

핀란드 작가들이 글‧그림으로
긍정적 자기애의 필요성 강조
부정적 자기애 부작용도 경계
“당장 부처로 살라”는 말 상기

‘컵 오브 테라피’

두 남자가 카페에서 커피와 도넛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느긋하게 이야기하고 웃기도 하면서. 그중 한 남자가 손장난하듯 슥슥 그림을 그린다. 그들은 각자의 일을 하다가 퇴근 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만나 경험이나 들은 이야기들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고,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고, 그 결과를 귀엽고 유용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다양한 잡지와 그림책에 삽화를 그리고 텍스타일 디자인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Matti Pikkujamsa와 심리상담가인 Antti Ervasti, 그리고 Elina Rehmonen은 의기투합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고 이름을 ‘컵 오브 테라피’라고 지었다. 한 잔의 치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왼쪽에는 그림이, 오른쪽에는 한바닥의 짧은 글이 쓰여 있는 이 책이 만들어진 곳은 머나먼 나라 핀란드다. 그러나 읽다보면 쉽고 간결한 부처님의 설명을 듣는 듯하다. 그들은 거듭해서 말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당신은 지금 그대로 충분하다고. “당신의 못난 점은 당신 스스로 만든 고정관념일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과감하게 자기 내면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세요.”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남보다 더 잘하기를 강요받는 시대. SNS에 올라오는 온갖 과시용 사진을 보며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의 시대. 그런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고, 자신을 믿으며 하루하루의 일상이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느끼”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잘하게 생겨나는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물론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저자들은 그에 대한 치료제도 잊지 않는다. “긍정적인 자기애는 타인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정적 자기애는 자신을 연민하거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남도 괜찮은 사람이다. 나를 인정하면서 남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자신을 돌아보며 남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자신에게 이야기하듯 “당신은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함께 사는 길이 열린다.

저자들은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세계의 힘을 믿는다. 저자들은 다른 사람을 향해 열려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라, 함께 문제를 헤쳐 나가라고 권한다. 열려있다는 것은 단순히 나와 남의 관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다양한 삶의 형태를 가진 이들에게도 열려있으라 한다.

“반드시 생물학적인 부모만이 자식을 기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마음만 있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 아이의 인생에 관여할 수 있죠.”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있고, 그것은 모두 옳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연애의 감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을 때 세상은 더욱 즐거워지고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들이 조목조목 짚어 편견의 경계를 깨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부처님이 말씀하신 “여실지견”이 떠오른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겠다.

그들이 ‘컵 오브 테라피’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알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문제의 해결은 시작된다. 두려움,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라는 그들의 독려는 귀여운 동물 그림 덕에 한결 쉬워 보인다. 꼬이고 엉킨 것을 풀어가다 보면 무엇을 만나게 될까. 내 안의 부처님을 만나게 될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이렇게만 살면 어려울 것이 없겠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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