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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원하는바 마음 따라 이루어지이다

기자명 광우 스님

마음‧공덕 닦는 수행의 기도할 때 가피 체험

돈 없어도 보시하고 자녀 학업성취 기도한 보살님 가피
기도의 진정한 의미는 마음 수행과 실천에 있음 보여줘
좋고 나쁜 일 다 스스로 지은 업임을 보고 선업 닦아야

불자라면 모두가 외우고 있는 ‘천수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소원종심실원만(所願從心悉圓滿), 원하는바 마음 따라 모든 것이 원만히 이루어지이다.”

삶은 바다와 같다. 고요하고 잔잔할 때가 있고, 큰 바람에 휩쓸려 거대한 파도가 덮칠 때도 있다. 삶은 등산과 같다. 평탄한 길을 지나다 보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교차한다. 알 수 없이 변화무쌍한 삶의 흐름이 바로 인생인가 보다.

‘인생은 자기 복대로 살아간다’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행복과 불행이 모두 자신이 지은 업의 인연들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늘 ‘선업을 지으라’고 말씀하시고 강조하신다. 자기가 지은 복력(福力)대로 살아가는 가운데 자기 뜻대로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바램은 있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알기에 혹시라도 부처님이 도와주실까 기대하면서 많은 불자들은 절에 와서 부처님께 합장하고 하염없이 기도를 올린다.

간혹 어떤 사람은 의심을 일으킨다. “과연 기도한다고 소원이 이루어질까?”

기도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간절한 기도는 우리 삶속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기도란 한줄기 희망의 훌륭한 의지처가 된다.

몇 년 전에 어느 노보살님이 찾아왔다. 필자의 애청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하던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전에 노보살님은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었다. 훌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뒤로하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였다.

매일 바쁘게 온갖 일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사찰을 다니며 기도 정진을 해왔다. 힘들고 괴로울 때 의지할 것은 오직 부처님 가피였다. 보살님은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은 다 내가 복이 부족해서 그렇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복을 짓고 기도하자.”

절에 다니면서 스님들의 법문을 늘 경청하였고, 항상 기도하며 여러 좋은 곳에 기부하고 보시하였다. 없는 형편이지만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서 널리 보시행을 실천하였다. 가난한 사람이 가장 하기 힘든 실천이 보시라고 했는데 참 대단하다 싶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아무런 효과와 효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내 공덕을 닦는다는 마음으로 꾸준하게 기도와 보시행을 실천할 따름이었다. 다만 기도하면 할수록 마음은 훨씬 편안하고 든든한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밤에 생생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큰 법당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자신의 손에는 부처님께 쌀을 올리는 커다란 빈 그릇이 들려 있었다. 손에 빈 그릇을 갖고서 천천히 법당 불상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비어있는 공양 그릇을 부처님 앞에 정성스럽게 올렸다.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는 순간 갑자기 그릇에서 쌀이 철철 넘쳐흐르는 꿈을 꾸었다.

순간 잠에서 깼다. 그리고 그 꿈을 꾸고 난 이후로 하는 일마다 술술 풀려서 지금은 경제적으로 아주 여유로워졌다는 말씀을 하였다. 굳센 믿음과 자신이 지은 공덕의 힘이 보살님을 소원 성취의 길로 이끌어 준 것이다.

필자가 거처하고 있는 수유동 화계사에서 신행생활을 하는 노보살님이 계신다. 보살님에게 아들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고 성적이 우수해서 대입 수능시험을 볼 때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점수의 결과가 좋지 않아서 결국 재수를 선택했다.

정신이 번쩍 든 보살님은 그냥 이렇게 손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엄마로서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던 보살님은 아들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보살님은 아들이 재수를 하는 동안 매일 절에 다니며 기도를 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성스럽고 간절하게 매일 기도를 하였다.

어느덧 수능 시험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날도 보살님은 절에서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밤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평소에 기도하던 사찰의 법당이 나타났다. 보살님이 법당 안으로 스윽 들어가니까 앞에서 스님 세분이 앉아 계셨다. 그리고 종이에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그 때 가운데 앉아 계시던 스님이 자신을 향하여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스님 앞으로 다가가니까 스님이 종이 한 장을 주었다. 종이에는 한글로 크게 ‘필’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종이를 덥석 받자마자 꿈에서 툭 깨었다.

꿈이 너무 생생했다. 다음날 절의 스님께 찾아가 여쭤보니 스님이 꿈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는 합격증이라며 이번 시험은 반드시 합격이라고 해몽해주셨다. 아니나 다를까 그 해 시험에 아들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기도는 분명 신비한 힘이 있다. 수많은 불자들이 몸으로 겪은 체험의 세계이다. 그런데 때때로 열심히 기도를 했지만 전혀 가피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들도 있다. 기도를 열심히 해봤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기에 자신은 더 이상 기도라든가 가피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는 분들도 있다.

그런 기도는 욕망의 기도이다. 그들은 그저 욕망으로 부처님께 갈구했을 뿐이다. 마음을 닦고 공덕을 닦는 수행의 기도를 한 것이 아니라, 내 이익을 위한 욕심의 기도를 한 것이다.

기도의 진정한 의미는 마음의 수행이다. 수행을 통해 업장은 소멸하고 선업의 힘은 강해진다. 맑고 깨끗해진 마음은 나의 운명을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준다.

기도를 해서 소원 성취가 되냐, 안 되냐, 따지고 분별하고 집착하는 것이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일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스스로 지은 업의 결과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고, 묵묵히 복과 선업과 공덕을 닦아나갈 뿐이다.

닦아 놓은 것도 없이 인과법을 무시하고서, 부처님께 공양을 갖다 바치고 기도만 하면 모든 일이 저절로 다 이루어진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사기가 아닐까?

기도의 힘은 분명히 있다. 불보살의 가피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중생이 다 알 수 없는 미묘하고 심오한 인과의 법칙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그저 수행의 마음으로 닦아나갈 뿐이다.

광우 스님 마음수행법회 지도법사 kgk515@hanmail.net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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