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29년 제작된 포교권선문, 90여년 만에 공개

  • 교계
  • 입력 2020.08.11 13:47
  • 수정 2020.08.11 17:07
  • 호수 1549
  • 댓글 0

조계종 포교원, 8월10일 전격 공개
십악 등 대중 알기 쉽게 작성 눈길
1932년 제작된 봉축 홍포문도 함께

일제강점기인 1929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포교 필요성을 역설한 ‘포교문’

일제강점기인 1929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포교 필요성을 역설한 ‘포교문’과 193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배포된 ‘봉축 홍포문’ 원본이 공개됐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홍 스님)은 8월1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포교원장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선불교중앙교무원 각황사(현 조계사)가 1929년 10월 제작 배포한 ‘포교문’과 1932년 배포된 ‘봉축 홍포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2점은 국민대 문화재보존과학연구실에서 확인한 원본이다.

‘포교문’은 부처님 일대기와 불교에서 행위에 대한 가르침인 십선(十善)과 십악(十惡)의 내용이 담겼다. 2013년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이 처음 입수했고 이후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의 도움으로 최근 포교원이 소장하게 됐다.

가로 54.5cm, 세로 19.5cm 크기에 1028자로 구성된 포교문은 일부 단어만 괄호 안에 한문을 넣었을 뿐 한글로 작성됐다. 일제강점기에 한글로 된 포교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포교문’은 1929년 10월1일 동아일보에 기사로 실린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시내 수송동 조선불교중앙교무원에서는 금번 박람회를 이용해 일반민중에게 불교를 선전코자 하는 목적 하에 10월1일부터 20일까지 각황사에 봉안한 부처님 사리 배관을 공개하며 동시에 포교문 200만매를 배부하기로 한다. 사리배관시간은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고 돼 있다. 당시 경성 인구가 3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200만매 배부는 엄청난 분량이다.

1932년 당시 성대하게 열린 관등대회에서 배포된 것으로 추측되는 ‘봉축 홍포문’

불교를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기술된 ‘봉축 홍포문’은 1932년 5월13일 기사를 통해 당시 성대하게 열린 관등대회에서 배포된 것으로 추측된다.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두 기록문은 일제강점기라는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도 포교를 위해 스님과 불자들이 적극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부처님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인 오계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최근 우리에게 당면한 환경, 남북통일 문제 등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포교원은 두 기록물을 보전처리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중앙기록관에 영구 보관할 예정이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다음은 포교문과 봉축 홍보문 전문.

포 교 문

천상천하에 다시 비할 수 없는 우리 석가여래부처님께서는 이제로부터 삼천년되는 옛날에 인도 가비라국이라는 나라에 황태자로 탄생하시었습니다. 그리하야 왕궁에서 크시면서 무량한 복락을 받으시다가 19세 되시던 해에 돈연히 깨치신바가 계시어서 국성과 처자를 꿈같이 내버리시고 설산에 들어가시어서 무량한 고생을 하시다가 30세 되시던 해에 대도를 깨치시고 부처님이 되시었습니다.

부처님이라는 말은 깨달은 성인이란 뜻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란 두 글자의 뜻도 어리석은 자에게 깨침을 가르친 종교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 무엇을 깨치라고 하셨나요

팔만대장경이 생기도록 여러 가지로 말씀하신 바가 많이 있지만은 그 가운데 가장 쉬운 법문을 하나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부처님께서는 우리 몸에 열 가지의 악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열 가지 착한 법을 닦으라고 하시었습니다.

이제부터 열 가지 악한 것부터 말하고 다음에 열 가지 착한 법을 말하겠습니다.

대저 우리 몸에 숨어있는 악한 것을 해부하여 볼 것 같으면 몸과 입과 마음의 세 가지에 나눠서 볼 수가 있는데 몸에는 세 가지 죄악이 있고 입에는 네 가지 죄악이 있고 마음 뜻에는 세 가지 죄악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합 열 가지의 죄악이 우리 몸에 숨어 있습니다.

첫째 몸에 세 가지 죄악이 있다함은 몸으로 살생하고 도적질하고 사음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못된 사람들이 살인하고 절도하고 강간을 일삼다가 마지막에 붙잡혀서 형벌을 당하고 감옥에 가서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세 가지 죄악을 행한 까닭입니다.

둘째 입에 네 가지의 죄악이 있다함은 우리가 입으로써 망어(거짓말)하고 양설(이간질)하고 악구(악담)하고 기어(꾸미는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사람 가운데 싸움이 잦고 사기가 많은 것은 이와 같은 거짓말과 이간질과 악한 말과 꾸미는 말을 쓰는 까닭입니다.

셋째, 뜻에 세 가지 죄악이 있다 함은 뜻으로써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게 구는 것입니다. 세상사람 가운데 서로 빼앗고 다투고 음해하는 것은 다 뜻으로써 탐하는 허욕이 쉬지 아니하여 탐하다가 뜻대로 아니되면 성내서 싸우고 싸우다가 어리석게 사람을 죽이고 필경 제 몸까지 망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몸 가운데 이와 같이 열 가지 악한 것이 있음을 발견하시고 열 가지로 착한 일을 행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열 가지 착한 것은 무엇 인가요

첫째는 불살생이니 무엇이든지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산 물건은 무엇이든지 죽지 아니하고 살려고 하는 것이 사람과 똑같습니다. 그런즉 내가 죽기 싫은 일을 남더러 하라하고 죽여서야 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모기 한 마리며 풀한 포기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두어서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철저하면 더욱이 사람사이에는 어진 사람이 되며 군자성인이란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불투도이니 나의 분에 당한 물건이 아니거든 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바늘 한 개 실 한파람이라도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면 도적질하는 것이라 하시었습니다.

속담에도 바늘도적이 황소도적이 된다고 하였거니와 털끝만큼이라도 검은 마음이 있으면 그것이 커져서 여러 사람을 불안케 하는 도적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하야 제 몸만 망칠뿐이 아니라 부모형제와 처자에게까지 누를 끼치게 합니다. 그런즉이 도적마음을 아주 끊을 것 같으면 곧 요순과 같은 어진 성인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셋째는 불사음이니 자기의처나 가장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이 정을 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게 되는 것은 대개 남녀 간에 정조를 지키지 못한 까닭입니다. 누구든지 남녀 간에 정조만 잘 지키면 부부는 일생에 화목하게 지내며 자손에게도 모범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위에 말한 세 가지가 몸에 따른 것이라 몸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특히 말씀하시되 몸은 재앙의 근본이니 몸을 지키되 보배와 같이 지키라고 하였습니다.

넷째는 불망어이니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이요

다섯째는 불기어이니 언족이식비(言足以飾非)로 꾸며서 말하지 말라는 것이요

여섯째는 불량설이니 여기서는 저기 말을 하고 저기서는 여기 말을 하여 이간을 부치지 말라는 것이요.

일곱째는 불악구이니 입에 못 담을 욕설 같은 악독한 말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사람 가운데 항상 치신(置身)을 잃고 신용을 잃고 시비가 많고 구설이 많고 재난이 많은 자는 남녀 간에 입을 잘 단속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특히 말씀하시되 입은 앙화의 문이니 입을 지키되 병과 같이 하라고 하시었습니다.

여덟째는 불탐욕이니 의에 당치 않거든 취하지 말며, 례(예)에 당치 않거든 보지 말라는 말입니다. 바꿔서 말하면 공연히 허영과 허욕에 끌리어서 당치 아니한 것을 탐심내고 기염(氣焰)부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의 실패는 대개 제 분에 당치 아니한 것을 바라고 구하는 까닭입니다. 그저 분을 지켜서 족한 줄로 알면 모든 일이 다 평안한 것입니다.

아홉째는 불진에이니 무엇이든지 뜻대로 아니 되며 마음대로 아니 된다고 성내고 분내지 말고 잘 참아서 평화스럽게 하라는 것입니다. 착한 사람이 되고 악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한 생각을 잘 돌리고 못돌리는 곳에 있는 것이니 사람을 욕하고 때리고 죽이며 집을 헐고 불 지르는 것도 성내고 분심 내는 순간에 있는 것이요 사람을 사랑하고 두호(斗護)하고 구제하는 것도 착한 마음으로 돌이키는 한 생각에 있는 것입니다.

열째는 불우치이니 항상 지혜를 닦아서 옳은 일을 행하고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지혜가 있어서 옳고 그르며 바르고 바르지 못한 것을 얼른 알아차려서 옮은 일만 행하면 도덕과 윤리도 말할 것 없고 법률도 쓸데 없겠지만은 그렇지 못하고 항상 어리석게 그른 것도 옳다고 생각하고 삐뚠 것도 바르다고 생각하야 제 마음대로 하기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생겨서 고통을 받고 번민을 가지고 구속을 받게 됩니다. 위에 말한 세 가지가 뜻에 해당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마음을 맑히되 물과 같이하고 뜻을 밝히되 달과 같이 하라고 하시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열 가지 착한 일을 닦지 아니하고 열 가지 악한 일만 행하면, 죽어서 물론 무간지옥에 들어가서 고생하고 지옥에서 벗어나서라도 아귀와 축생의 보를 받거니와 축생보를 다하고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오히려 업보가 중하기 때문에 두 가지 식의 과보를(이과)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을 차례차례로 말할 것 같으면

살생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사람이 되더라도 첫째는 목숨이 짧아서 일찍이 죽고 둘째는 병이 많아서 일생을 병속에서 고생하며 도적질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가난뱅이의 빈천보를 받고 둘째는 누구와 같이 동사하더라도 실패가 많으며 사음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아내가 정조를 지켜주지 아니하고 둘째는 뜻과 같은 권속을 얻지 못하며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사람에게 비방을 많이 듣고 둘째는 남에게 속임을 많이 받게 되며 꾸며서 말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자기가 하는 말을 남이 믿지 아니하고 둘째는 말이 똑똑하지 못하며 이간질 부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권속이 서로 싸워서 등지고 둘째는 악독한 친족을 만나게 되며 악독한 말을 하기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항상 악한 소리를 듣고 둘째는 말끝마다 쟁송이 일어나게 되며 탐욕부리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마음에 족한 것을 모르고 둘째는 욕심이 많아서 싫어하는 것이 없으며 성내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시비장단을 듣게 되고 둘째는 항상 다른 사람의 해를 입게 되며 우치한 일을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어리석은 집에 태어나고 둘째는 그 마음이 첨곡하여 어리석은 일하기를 좋아하게 된다하였습니다.

이상으로 자세히 말씀하신 것은 모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인바 우리 중생 가운데 누구든지 열 가지 악한 일을 한 자는 금생에만 해로울 뿐 아니라 죽어서 후생에 지옥에 빠지게 되며 지옥의 고초를 다하고 인생에 태어나게 되더라도 오히려 그 과보가 다하지 못하여 그와 같이 두 가지씩의 무서운 과보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열가지 착한 일을 행하면 금생에만 좋을 뿐이 아니라 죽어 후생에라도 천당이나 극락을 가게 되며 따라서 무상한 쾌락을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열 가지의 악한 일을 행하는 것은 마군의 길이요 열 가지의 착한 일을 닦는 것은 보살의 길이며 부처님의 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즉 여러분은 아무쪼록 마군의 길로 가지 말고 보살의 길과 부처님의 길을 많이 닦아서 한 가지 부처님 즉 대각세존이 되어서 무량한 중생을 제도하도록 결심해보기를 바라나이다.

석존강생 2956년 10월 1일
(서기 1929년 10월 1일)
경성부 수송동 82번지

조선불교중앙포교당 각황사

사월팔일 성탄일을 봉축하면서

부처님은 우주의 광명이요, 만유의 생명이십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시고 즐거움을 도와주십니다.

여러분은 이날을 잘 기억하십니까.

이날은 석가모니부처님이 탄생하신 사월파일입니다.

부처님의 성탄일인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부처님을 믿읍시다.

가치 있는 생활은 부처님을 믿음으로부터 얻게 되고

진실한 행복은 불교를 믿는 날부터 얻게 됩니다.

오늘은 대성세존이 나신 온 세상에 가장 좋은 날이니

이날을 경축하고 불교를 믿읍시다.

불기 2959년 임신 4월 8일
(서기1932년(임신년) 5월 13일)
경성부 수송동 44

조선불교 선교양종 중앙교무원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