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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과 걸림돌

기자명 심원 스님

출가수행이나 일상의 삶에서나 도처에 디딤돌과 걸림돌이 존재한다.

디딤돌은 하고자 하는 공부나 일이 성취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이고, 반대로 걸림돌은 성취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걸림돌이기만 하거나, 마냥 디딤돌이기만 한 경우는 없다. 한때는 고마운 존재였던 디딤돌이 어느 날 애물단지 걸림돌로 전락하기도 하고, 또는 치워버리려 애썼던 걸림돌이 몰란결에 기특한 디딤돌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부처님 설법에 ‘뗏목의 비유’가 있다. 이 비유는 출처가 ‘금강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중아함’의 ‘아리타경’에 근원을 두고 있다. 솔개를 길들이던 일을 하다 출가한 아리타 비구는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삿된 견해를 함부로 퍼뜨리고 다니면서 큰 죄를 짓고 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아리타 비구를 비롯한 대중들에게 하신 설법이 바로 저 유명한 ‘뗏목의 비유’이다.

“강을 건너려던 나그네가 뗏목을 엮어 무사히 강을 건너갔다. 그 뗏목이 아니었다면 강을 건널 수 없었을 것이니, 그 뗏목은 참으로 고맙고 은혜로운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강을 건넌 후에 뗏목을 강가에 두고 짊어지고 가지 않는다. 이와 같이 너희들은 내가 말한 교법까지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물며 법 아닌 것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느냐!”

지혜로운 이는 뗏목이 디딤돌 역할을 마치면 미련 없이 집착을 버린다. 그래야만 가던 길을 갈 수 있다. 강을 건넌 후의 뗏목은 갈 길을 장애하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조 지눌 스님은 ‘권수정혜결사문’에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 땅을 떠나 일어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人因地而倒者 因地而起 離地求起 無有是處也)”고 하셨다.

수행자가 다음 단계로 향상하고자 한다면 수행의 장애가 되었던 바로 그 당처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간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때의 실패가 없었다면 오늘의 성공도 없었을 겁니다.” 이와 같이 실패라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전환시키는 순간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진다. 걸림돌이 될 것인가, 디딤돌이 될 것인가는 돌의 책임이 아니다. 돌은 그냥 돌일 뿐이다. 그 돌을 사용하는 주인공의 태도와 결단에 따라 걸림돌도 되고 디딤돌도 된다. 

며칠 전 “5년간 88억 후원받은 나눔의집, 할머니들 지원엔 2억만”이라는 자극적 기사가 한동안 인터넷 실시간 뉴스 상위권에 올라왔었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의 ‘나눔의집 의혹’ 중간조사 발표라고 하였다. 불자로서 참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나눔의집은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고자 조계종 스님들의 노력과 지원으로 서울 마포구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1995년 경기도 광주로 이전하여 운영되고 있다. 당시 나눔의집은 불교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러일으키며 미약하던 사회복지활동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MBC PD수첩이 ‘나눔의집’과 관련하여 내부의혹을 다루면서 마치 불교계가 할머니들을 이용해 이익을 착취하는 것처럼 비쳐지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걸림돌로 전락했다. ‘나눔의집’은 국가적·사회적 지원 없을 때 스님들이 사비로 설립하여 운영해 왔다. 그간에 쏟은 정성과 활동을 생각하면 조사단의 이런 발표가 종단으로서는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라 여겨져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나눔의집 관계자들은 경기도와 광주시 지도점검에서 지적받은 회계관리 부실, 법률 미이행 등 미흡한 운영상의 제문제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변명이나 남탓, 책임 회피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솔한 자기반성과 엄격한 쇄신을 거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차제에 ‘나눔의집’ 운영 상 제기된 여러 문제를 타산지석으로 종단의 복지법인 운영을 재정비하여 도약의 발판을 삼아야 한다. 당장은 쓰라린 걸림돌이지만 넘어진 땅을 딛고 일어선다면 훗날 영광의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전 강사 chsimwon@daum.net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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