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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성원 스님

남 탓을 하기보단 지혜 모은다면
안락하고 복된 세상 누릴 수 있어
재앙 이겨내는 지혜 필요한 시기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다양한 영상을 통해 온 국민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면서 소식을 접하는 모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지금같이 큰 홍수로 피해가 발생되었으면 무엇보다 모두가 마음을 모으고 고사리 손이라도 빌리려는 심정으로 재해극복에 힘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뉴스를 보다 보니 피해를 크게 입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상청, 수자원공사, 여당과 야당이 각각 자기들의 주장을 펴면서 다른 기관의 과실을 조금이라도 더 파헤치려 안달하는 것 같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부처님께서 제자 말롱카에게 ‘독화살의 비유’를 들어 본질적인 현황을 파악하지 못함을 일깨워 주셨던 가르침이 있다. 독화살을 맞은 어떤 사람이 그 화살을 빼고 바로 치료받지 않으면서 이 독화살은 누가 쐈는가? 어느 방향에서 왔는가? 독의 성분은 어떠한가? 이런 것을 알고자 하면서 시간을 허비한다면 필경에 목숨을 잃고 말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지금 한반도 대부분이 크고 작은 홍수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서로가 혈안이 되어 남의 과오를 찾으려 하지만 말고 현재의 난국에 인식을 공유하면서 지금 이곳에서 우리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피해극복에 더욱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기상청의 슈퍼컴이 중국 제조품이라 그렇다고 하다가 아니라 하고, 댐의 수문을 너무 늦게, 갑자기 많이 열어서 그렇다고 하고, 제방을 제때 면밀히 점검하고 수리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좀 더 부처님 같은 지혜의 눈으로 바라보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로 우매하게  비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장맛비 사이에서 맘을 아프게 하는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우리는 타인의 행위와 선한 마음까지도 너무 쉽게 짓밟아 버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불교계가 기나긴 세월 동고동락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향한 무분별한 지탄 행위이다. 자극적인 단편의 정보를 확대 재해석하여 매도하는 일은 분명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긴 세월 함께하며 걱정하고 보호하면서 보다 먼 미래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 일을 가지고 지금 당장 그 혜택을 당사자에게 돌리지 않았다고만 주장한다면 세상에 그 누가 정의로울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사람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 재앙의 원인을 찾아 지금 힘들어도 미래를 위해 함께 하자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시대의 무한한 발전의 결과물을 향유 하고자 한다. 과연 어느 것이 정답일까? 모든 일은 연속적 상태에서 바라봐야지 시간이나 공간을 단편적으로 재단한다면 그 누구도 어떤 일도 정의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제발 초유의 자연 재앙 앞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가 선한 마음으로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하는 일을 단편적으로 재단해 함부로 비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성원 스님

홍수에 소떼들이 그 높은 사성암까지 올라가 피난했다고 한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들이 분열하여 남 탓하며 싸우지 말고 서로 믿고 지혜를 모은다면 반드시 사성암에서 평안을 찾은 소들보다 더 안락하고 복된 세상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남보다 자신을 바라보며 재앙을 이겨나가는 불교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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