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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자신을 믿고 법을 믿자

기자명 법장 스님

선한 노력은 반드시 행복한 결과 가져와

정해진 계급 바꿀 수 없다는
숙명론 부처님은 절대 부정
긍정적 노력들 쌓이다 보면
반드시 밝은 미래는 열린다

불교는 2500년 전 인도의 사성제 계급에 의한 인간의 삶에 대한 숙명론을 부정하며 생겨났다. 존재는 연기법에 의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되어 있고, 자신의 수행과 노력에 의해 그에 상응하는 삶의 결과를 받게 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이어져오는 종교이다. 

당시 인도에는 한 번 정해진 계급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 계급의 삶을 다시금 살 수 밖에 없다는 베다의 가르침에 따르는 브라만교가 정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숙명론을 부정하며 구경의 깨달음인 무상정등각을 얻으시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오직 원인과 결과의 이어짐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숙명적이고 결정되어진 결과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중생들에게 알려주셨다.

불교는 2500년 전에 탄생한 종교이고 그 가르침은 길고 긴 시간 속에서 변함없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오히려 과거의 인도와도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신에 의해 창조된 숙명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삶은 아니지만, 분명 자신들의 태어남과 부모님의 직업이나 경제력에 따라 사람들의 등급을 나눈다. 대표적으로 금수저, 흙수저라는 표현을 이제는 어느 누구도 낯설어 하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각박해져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경제가 최선의 노력을 하더라도 그에 맞는 결과나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된 것도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역사상 유일하게 부모세대보다 풍요롭지 못하고 취업률이 낮은 세대라는 기사를 뉴스에서 접했다. 노력을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게 모든 것은 무의미하고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수저논란과 같은 새로운 신분제가 생겨나며 이 사회와 나아가 부모를 원망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지금의 모습에 대해 ‘범망경’ 제22경계인 ‘만인경법계(慢人輕法戒)’는 우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 계는 자신의 신분의 높고 낮음을 믿으며 사람들을 업신여기거나 부족한 삶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결정된 삶만을 믿으며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바른 가르침을 가볍게 여기는 것을 주의시킨다. 불교가 생겨난 2500년 전에도, ‘범망경’의 계율이 생겨났을 때에도, 그리고 2020년 지금에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이러한 문제가 존재해왔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편리해진 현대에서도 과거의 고민과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서 우리를 괴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때보다도 더 심각해진 상태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것을 변화시키고 보다 나아지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라는 사실이다. 그저 정해진 운명과 같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삶에 그치며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영원히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부처님께서도 ‘숫타니파타’에서 바라문이라는 것은 태어남에 의할 수도 있으나 그 생각과 행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비로소 참된 바라문이라고 하셨다. 어떤 집 안, 어떤 직업의 부모님의 곁에서 태어났던 간에 우리는 그 부모님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들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비하해서는 안 된다.

우리 곁에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오직 우리 편만을 들어주시는 부모님이 계시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어두운 앞길이지만 우리노력에 상응하는 밝은 통로가 나온다는 것을 증명해주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 불교는 결과에 대한 과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무언가를 이루려는 선한 노력은 언젠가 반드시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 조금 늦더라도 자신의 모습과 주변을 탓하지 말고 하루에 한 걸음씩만이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 길의 앞에서 웃고 있는 우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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