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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김지희(화운성, 57) - 상

기자명 법보

양가의 아버님 돌아간 뒤 후회
주간 참선반서 공부하며 극복
참선 서툴러도 마음변화 발견

화운성, 57

요즈음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지난해 12월의 동짓날, 해운대 달맞이 고갯길을 지나가던 중 대광명사에 발길이 닿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보살님이 아주 단아한 모습으로 두 손 모아 웃으며 “어서 오세요, 보살님!”하고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이렇게 친절히 대해 주시는 사찰 보살님은 처음인지라 기분이 좋았다. 

대웅전 불보살님께 삼 배를 올리고 절을 둘러보았다. 보살님께서는 내가 낯선 곳의 어색함에 불편하지 않도록 편안하게 대해 주셨다. 보살님의 친절을 고맙게 여기면서 시선과 발길을 옮기던 중 깔끔한 복도 벽에 붙은 참선 수행반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마음을 닦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글귀에 가슴이 설렜다. 보살님께 참선 수행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니 공양간 일을 마치고 잠시 여유를 가지신다면서 앞치마를 두르고 다정한 눈빛과 함께 웃는 모습으로 참선반 교육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당시 나는 인생의 스승으로 삼아온 두 어른의 부재에 상당히 내면적으로 힘들었다. 2년에 걸쳐 버팀목이 되어 주시던 양가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것이다. 늘 기대기만 했던 두 어른의 빈자리가 너무나 커 평소 베풀어 주셨던 일들에 감사함만 떠올랐다. 살아생전 못다 한 효도, 가슴 아픈 후회만 남아있었다. 이런 주변의 변화에 갈피를 못 잡는 내 심정을 말씀드렸더니 보살님은 참선하면서 나를 관찰하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함께 선과 공덕을 짓는 수행을 함께 하자고 하셨다.

보살님의 친절한 설명에 고마워 용기를 냈다. 주간 참선반에 등록하였고 ‘금강경’ 공부도 하게 되었다. 대광명사의 주간 참선반은 매주 두 차례,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절에 모였다. 특히 화요일에는 참선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영상으로 접하며 공부했고, 금요일에는 실참을 했다. 평소에는 진희 보살님께서 진행을 해주셨고 매월 한 차례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께서 점검을 해주셨다. 마침 내가 등록한 시기의 매주 화요일에는 ‘금강경’을 공부하고 있었다. 

평소 개인적으로 ‘금강경’ 독송은 해 왔지만 정작 직접 경문을 꼼꼼히 짚으며 공부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희 보살님은 ‘금강경’을 통한 생활을 실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는 불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선과 공덕을 쌓는 일상생활과 진정한 기도성취, 회향의 의미 등을 하나씩 일깨워주셨다. 참선반 회원분들의 친절하고 따뜻한 한 말씀 한 말씀도 무척 고마웠다. 물론 나는 참선 수행이 아직 서툴렀다. 하지만 분명 나를 살펴볼 기회가 되어 주었다. 처음부터 크게 욕심내지 않고 작은 것에서부터 배우고 알아가겠다는 원을 세우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공부하는 횟수가 늘어갈 때마다 금강경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삶의 매 순간에 적용되는 것 같았고 참선의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일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는 공양한 뒤 여느 날처럼 공양한 그릇을 씻고 있었다. 그런데 한 보살님께서 옆에 오시더니 조용히 살짝 말씀하셨다. “보살님. 공양 그릇 씻고 소쿠리에 엎는 소리가 크네요.” 그 순간 내가 빨리 정리를 하고자 하는 급한 마음이 주변을 배려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때론 급한 것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급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것이 더 옳을 때가 많다는 것, 그 보살님은 마치 내게 진리를 알게 해주신 선지식 같았다.

그리고 또 어느 날에는 절 공양간에서 여러 불자님과 둘러앉아 고구마 줄기의 겉피를 까는 운력을 했다. 긴 줄기 하나를 먹기에 편안하도록 3등분 또는 4등분을 쪼개면서 나누면 된다. 절에서는 종종 있는,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배려와 정성이 필요했다. 운력을 이끄시는 보살님은 “끝부분은 살짝 제거해 주세요.”라고 당부하셨다. 음식을 다 하고 보면 끝부분 색상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셨다. 공양 음식을 만들면서 공양할 분들을 위해 작은 부분까지 생각하고 배려하기 위한 보살님들의 마음, 이분들의 모습이 불보살의 또 다른 화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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