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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깨달음을 주제로 젊은 바라문을 교화하다 ①

깨닫고자 하면 스승 행실 잘 살펴야

진리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알고서 말하는 사람 드물어
깨달음 위해선 꼭 스승 필요
삼독 물들지 아는 자가 스승

진리논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날도 이 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과연 진리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가. 맛지마니까야 ‘짱끼의 경(Caṅkīsutta)’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부처님께서 오빠사다(Opāsada)라고 하는 꼬살라국의 한 바라문 마을을 방문하시자, 짱끼를 비롯한 바라문들이 부처님을 뵈러 모여들었다.

짱끼를 중심으로 원로바라문들이 부처님하고 대화하고 있을 때, 16세의 젊은 바라문 까빠티까(kāpaṭika)가 궁금한 점이 많아 자꾸 끼어들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야기를 방해하지 말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짱끼 바라문은 ‘까빠티까는 비록 젊지만 슬기로워 대화에 한몫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경전은 부처님과 젊은 바라문 까빠티까의 대화로 진행된다. 대화의 주제는 진리와 깨달음이다. 먼저 대화의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까빠티까] 존자 고따마시여, 옛날 바라문들의 성전구절을 담은 경장에 의거하여 바라문들은 그것에 관해 ‘이것이야말로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결정적으로 규정하는데, 이것에 대해 존자 고따마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붓다] 바라드와자여, 모든 바라문들 가운데 단 한 분의 바라문이라도 ‘나는 이것을 안다. 나는 이것을 본다. 이것이야말로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한 분이 있습니까?
[까빠티까] 존자여, 없습니다.

부처님은 계속해서 바라문들의 스승 중에서, 나아가 칠대의 스승 중에서는 어떠한지를 묻고, 까빠티까는 없다고 대답한다. 세상에 진리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직접 진리를 알고, 보아 말하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다만 권위에 기대어 진리를 말할 뿐이다. 정작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싶다. 그리고는 경전에 있는 이야기이니 믿어야 한다며 맹목적인 믿음만을 강요한다. 자신이 경전에 있는 것을, 혹은 스승에게 들은 것을 믿는다면, “이와 같이 나는 믿는다라고 말하고, ‘이것은 진리이고 다른 것은 진리가 아니다’라고 결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진리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그 진리를 알거나 본 것은 아니라 그저 믿을 뿐이라고 솔직히 말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함부로 이것은 진리이고 다른 것은 진리가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사람들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 까빠티까는 만족하며 다음 질문을 한다.

[까바티까] 그러면 존자 고따마시여, 어떻게 진리를 깨닫게 됩니까?

[붓다] 한 비구 수행자가 어떤 마을 근처에 머무는데, 장자 혹은 장자의 아들이 접근해서 세가지 현상, 즉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 기초한 현상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이 존자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현상에서 벗어나 청정한 것을 알았으므로, 그에 대한 믿음이 확립되고, 존중하고, 섬기며, 청문하고, 가르침을 배우고, 가르침을 잘 기억하고, 의미를 고찰하고, 성찰하며, 의욕하고, 노력하고, 깊이 관찰하고, 정근하여, 몸으로 최상의 진리를 깨닫게 되며, 마침내 지혜로 꿰뚫어 보게 됩니다. 이렇게 진리는 깨달아지고, 진리를 깨닫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궁극적인 진리를 성취하지는 못합니다.(MN.II, p.173)

여기서 부처님은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스승이 필요하며, 그 스승은 탐진치에 물들지 않은 자이어야 함을 말씀하고 계신다. 탐진치에 물들지 않은 청정한 지혜를 갖춘 수행자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데, 최선을 다하면 몸으로 최상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깨닫고자 하는 자는 그 스승되는 자의 행실, 즉 신체적 행위와 언어적 행위를 잘 살펴보아야 함을 강조하신 것이다.

진리를 알고 보지 못하면서 단지 권위에 의지하며 맹목을 추종하는 자들이 많은 시대, 부처님은 참다운 믿음의 대상이 되는 스승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젊은 바라문을 교화하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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