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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한 핏줄로 묶이듯 만물 하나로 이어져있다

  • 불서
  • 입력 2020.08.24 11:20
  • 수정 2020.08.24 11:22
  • 호수 1550
  • 댓글 0

‘생명으로 돌아가기’ / 조애나 메이시‧몰리 영 브라운 지음 / 이은주 옮김‧유정길 감수 / 모과나무

현 사회 위기와 모순 극복해 생명 지속 사회로 전환할 실천 제시
지구에 가하는 피해 늦추고 일상의 삶·세계관의 근본 변화 강조
명상으로 연기 깨닫고 연민·자비심으로 공존의 힘 키우라 조언

‘생명으로 돌아가기’
‘생명으로 돌아가기’

지구촌이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는 섭씨 38도가 넘는 폭염으로 얼음이 녹고 크고 작은 산불로 유래 없는 재앙을 맞고 있다. 유럽 또한 알프스 빙하가 녹고 동북아는 계속된 폭우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재난 앞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코로나19로 미증유의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닥친 자연재해들은 지구가 종말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현실로 바짝 당겨놓았다.

이 모든 것들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자연에 대한 탐욕스런 착취의 결과물들이다. 땅과 바다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오염되고 파괴되고 있다. 특히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는 끝없이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원인은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는 산업 혁명 이후 1도가 높아졌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가 10만년 동안 5도 높아졌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불과 200년 만에 1도가 상승한 것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온도상승 속도가 100배나 빠른 것이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온도를 1.5도 상승 안에서 방어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넘기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돌입하고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인류는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2050년이면 2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앙은 이미 돌이킬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이대로 환경파괴가 계속되면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짧은 기간을 살다 멸종한 생명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대재앙의 위기 속에서도 국가들의 패권경쟁은 그치질 않고,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려는 자연에 대한 착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은 밭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불타고 있고, 북극과 남극까지 자원개발을 위해 마구 파헤치고 있다. 특히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미지의 세계였던 심해까지 석유시추선의 날카로운 송곳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간에도 좁은 트럭에서 영역다툼을 벌이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불쌍한 가축들의 삶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탐욕스럽고 무지한 삶에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이가 조애나 메이시다. 책 ‘생명으로 돌아가기’는 불교생태학의 토대를 닦은 활동가이자 생태철학자인 그녀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제시한 실천매뉴얼을 담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 인해 절멸의 위기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우리 앞에는 세 가지 세계관이 존재한다. 첫째는 통상적인 삶이라 불리는 관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지구가 직면한 문제는 일시적인 것이며 과학의 힘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대붕괴의 관점이다. 인류는 끔찍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벗어날 수 없는 붕괴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자포자기다. 그리고 셋째는 대전환의 관점이다. 현 사회의 위기와 모순을 극복해 생명 지속한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수많은 희망들을 발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불교생태학의 토대를 닦은 활동가이며 생태철학자인 조애나 메이시가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실천 매뉴얼을 담아 ‘생명으로 돌아가기’를 펴냈다.사진=유튜브 캡쳐
불교생태학의 토대를 닦은 활동가이며 생태철학자인 조애나 메이시가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실천 매뉴얼을 담아 ‘생명으로 돌아가기’를 펴냈다.사진=유튜브 캡쳐

조애나 메이시는 우리에게 세 번째 대전환의 관점으로 돌아가야함을 역설하고 있다. 대전환의 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행동양식이 필요하다. 첫째는 생명보호를 위한 지연전술로 지구와 생명체에 가하는 피해를 최대한 늦추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둘째는 일상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기존의 생활양식을 버리고 환경과 생태적인 삶을 통해 정의로운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셋째는 세계관과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동시대 수많은 생명과 자연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연기적 자각이 필요하다.

이런 대전환의 첫 걸음은 재연결 작업이다. 적자생존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 경쟁하다 분리된 개체로 전락해버렸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협력과 협동의 끈끈한 연결고리는 끊어져버렸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성을 망각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연결고리가 사라져버렸다. 재연결 작업은 시공간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이어붙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교훈을 흡수하고 미래에 대한 책임성을 자각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재연결의 작업을 위한 첫째 덕목은 고마움이다.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되면 고립적 자아에서 관계적 자아로 확장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모든 존재들이 느끼는 고통을 존중하고 함께 아파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눈이 열리면 우리는 결국 자연과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실천에 나서게 된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보살의 삶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생각의 변화로만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다. 내면의 자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조애나 메이시는 일곱 가지의 수행 실습도 제시하고 있다. 생명의 그물 명상, 가이아 명상, 죽음 명상, 자애심 명상, 호흡 명상, 공덕으로 이루어진 위대한 공(球), 사무량심 등과 같은 수행명상이 그것이다. 모든 존재들의 고통을 직시한다는 것은 삼라만상이 연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깊은 공감과 연민, 자비심을 통해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한걸음 앞으로 내딛는 힘을 갖게 된다. 

종말을 향해가는 기후변화를 멈추고 생명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미래에 물려줄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사람들의 자각이다. 그 수가 비록 소수라 하더라도 세상이 연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진리를 믿는다면 작은 파장은 곧 태풍이 될 것이다. 그래서 조애나 메이시가 걸었던 힘겨운 길들은 결국 우리가 손잡고 가야할 길이며, 부처님의 수기처럼 우울한 지구의 미래에 던져놓은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2만2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50호 / 2020년 8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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