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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으로 지켜낸 대한민국”

  • 교계
  • 입력 2020.08.24 15:15
  • 호수 1550
  • 댓글 0

독립운동가 그린 양경수 작가

서대문형무소 수감자카드 속에 남은 평범한 독립운동가 100명
피골상접한 모습 아닌 평화로운 삶 누린 듯이 재해석해 ‘눈길’

양경수 작가가 직접 그린 ‘자화상’.

“불행한 시대를 살았으나 행복을 꿈꾼 사람들, 비참한 시대를 살았으나 비겁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주는 울림을 반드시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작업했죠.”

최근 광복절 75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2020년, 도서출판 쉼)’ 속 주인공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농사꾼, 선생님, 출판업자, 간호사, 학생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독립운동을 하다 형무소에 수감돼 옥고를 치렀던 이들의 처참한 흔적은 수감자카드 속에만 남아 우리에게 전해졌다.

수감자카드에 담긴 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 책으로 출간한 양 작가는 “출판 기획자로부터 받은 일제강점기 시절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든 수감자카드를 펼쳐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이며 눈시울이 뜨끈해졌다”고 말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낯선 독립운동가와 의병의 이름과 민낯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독립운동을 하다 형무소에 수감돼 옥고를 치른 이들의 사진 속 모습은 참담하고 처참했다. 

처음에 양 작가는 모진 고문과 열악한 수감생활을 견디다 못해 끝내 옥중 순국한 이들의 얼굴을 보고 “‘나도 잘 모르는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과연 작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작업을 잠시 망설였다”고 말했다. 
 

양경수 작가 그림으로 최근 출간된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사실 양경수 작가는 각종 SNS에서 ‘그림왕 양치기’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 일반인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다양하고 재치 있는 그림을 선보여 왔다. 또 불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통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지금까지 작업과는 다른 행보이기에 깊이 고민했고 “독립을 위해 애쓴 분들이 이렇게도 많이 계셨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작업에 임했다. 출판사로부터 건네받은 1000여장의 수감자카드 속 인물에 빠져들었다. 고된 수감생활로 인해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인물들을 평화로운 시대의 삶을 누리듯 재해석해 깨끗하게 복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가들이 모두 깔끔한 외모에 멋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짤막한 글도 함께 남겼다.

양 작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대를 용감하게 살아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먹먹한 울림을 준다”며 “이 책을 통해 참담했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고 어둠의 시대에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독립을 외쳤던 분들이 이토록 많았다는 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작가는 현재 수의사와 함께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한 단행본을 작업 중이다. 실제 ‘루피’라는 반려견과 살고 있는 양 작가는 “독립운동가들을 표현한 것은 지금까지 그림 스타일과는 다른 도전이었다”며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한 다음 작업도 처음 도전하는 스타일의 그림인 만큼 세상의 모든 강아지를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할 것”이라고 웃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50호 / 2020년 8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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