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잃었지만 헤어디자이너 꿈 접을 수 없어
오른손 잃었지만 헤어디자이너 꿈 접을 수 없어
  • 김민아 인턴기자
  • 승인 2020.08.28 19:10
  • 호수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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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찾은 미얀마 출신 자산씨
고온다리미에 손 밀려들어가 절단돼
수술만 5번…후유증·재활치료비 이중고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자산씨. 그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미얀마에 한류열풍이 불었다. 자산(29)씨도 K뷰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헤어디자이너를 꿈꿨다. 주변에서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누군가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것을 즐겼다. 미얀마에 자기 이름을 건 미용실을 차려 언니들과 엄마의 머리를 직접 해주고 싶었다. 미용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2017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낯선 땅에서의 적응은 쉽지만은 않았다. 한국어가 서툴러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겨웠다. 그래도 실습하는 과정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2년간의 학교생활은 꿈에 다가가는 것만 같아 행복한 시간이었다.

올해 2월 졸업한 자산씨는 실질적인 가게 운영을 배우고 싶어 미용실 취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로 대부분의 미용실이 문을 닫으면서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마냥 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마침 지인의 세탁공장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자산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만 일을 도와주며 생활비를 벌기로 했다. 자산씨는 공장 내에서 성실 직원으로 선정되는 등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일했다.

자산씨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도 이무렵이었다. 자산씨는 5월24일을 잊지 못한다. 공장에서 담당한 일은 다리미 기계 뒤에서 시트를 받는 일이었다. 고온의 다리미로 작업하는 과정이라 자칫 방심했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날따라 시트를 빼는 과정에서 다림질 기계에 손이 몇 번씩 걸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기계 속으로 오른손이 빨려간 것이다. 기계는 멈췄지만 바로 손을 꺼내지 못했다. 살이 타는 고통이 계속됐다. 너무 큰 고통에 비명만 내질렀다. 직원들이 손을 강제로 뺐지만 시간은 30여분이나 흐른 뒤였다. 자산씨는 급히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의사는 화상 입은 손을 자르지 않으면 환자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절망스러운 진단을 내렸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자산씨는 결국 손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 생명은 건졌지만 헤어디자이너의 꿈은 멀어져 가는 듯했다. 한번이면 될 줄 알았던 수술은 5차례나 이어졌다. 피부가 워낙 약해 수술 부위가 계속 터졌기 때문이다. 피부를 자르고 봉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수술 후에도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었다. 의사는 통증의 원인이 절단 부위에서 큰 뼈가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산씨는 앞으로 한차례 더 큰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

수술 후 한 달 가량 입원해 있었지만 자산씨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릴 때도 있었다. 가족들은 소식을 들었지만 코로나19로 비행기 결항이 잦아 바로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한 달 뒤 관광비자로 언니가 급히 한국을 찾았다. 언니는 한 달 동안 동생의 오른손을 자처해 자산씨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하지만 비자 만료로 언니가 미얀마로 돌아가면서 또다시 혼자가 됐다.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을 가는 것도 모든 생활이 힘겨웠다. 오른손이 없으니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고통으로까지 이어졌다. 끔찍했던 순간이 문뜩문뜩 떠올라 자산씨를 괴롭혔다.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수술, 재활치료, 입원비까지 병원비는 2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다행스럽게 산재처리와 일하던 직장 사장의 도움으로 병원비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퇴원 이후부터였다. 자산씨는 현재 일주일에 2회 재활과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큰 뼈를 제거하는 수술은 물론 피부 문제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와 매번 나가는 재활치료비에 생활비까지. 자산씨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벅찬 수준이다.

헤어디자이너는 손이 생명이지만 자산씨는 오른손을 잃었다. 손이 잘린 손목을 보면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복직 여부도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암흑 같은 상황이지만 언젠간 미얀마에서 자신만의 미용실을 운영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아픔을 딛고 자산씨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김민아 인턴기자 kkkma@beopbo.com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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