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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지 확인했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8.31 11:42
  • 호수 1551
  • 댓글 1

불교 81.9% 찬성 지지는
차별 넘은 평등사회 원력
‘사회적 합의’도 충분해

법보신문이 불교계 오피니언 리더 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어떻게 보는가?’ 설문조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응답자의 81.9%가 찬성한 것이다. 반대는 3.6%에 불과했다. 그동안 이 법의 제정에 적극적 지지를 보였던 불교계 여론이 ‘거품’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방증한다.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라 하면 ‘개별 차별금지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말한다.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고용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처럼 특정한 사유 또는 특정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각각의 법을 개별 차별금지법이라 통칭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개별 차별금지법만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차별문제를 해소하기엔 불가능하다.  따라서 차별금지 사유와 영역을 넓고 깊게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대두되어 왔는데 2007년 당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차별금지 법안이 대표적이다. 국회 회기 만료 직전에 제출된 이 법은 실질적인 논의도 제대로 못한 채 폐기됐다. 이후에도 보다 심도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넘겨졌지만 일부 개신교계와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의 반대에 부딪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이 논의될 때마다 쟁점으로 부각되는 게 ‘차별금지사유’다. 헌법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등 3가지를 규정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별,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등을 포함한 19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올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이 포함돼 있다. 사회변화를 반영하다 보니 차별금지사유도 늘어났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현존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도 충분하다거나, 필요할 경우 그에 맞는 법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별, 장애, 나이, 출신지역, 인종, 피부색 등 20개의 차별금지사유와 고용, 교육, 재화용역, 공공서비스 등 4개의 영역에 따라 개별적 차별금지를 제정하려면 100개도 넘는 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동의할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기 때문에 ‘옥상 옥’ 형태의 법 제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권고, 조정 수준의 조치만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의 한계를 갖고 있다. 일례로 ‘연령’을 이유로 전직 등의 차별을 받았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지만, 권고 결정을 반드시 받아야만 하고, 그 권고가 불이행되었을 때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인권침해구제와 차별시정을 규정하고 있을 뿐 강력한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남녀·노소’ 정도의 표현으로 정의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누군가는 나이 많은 여성이자 장애인이며 비정규직 노동자일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남성이자 트랜스젠더이며 난민일 수 있다. 심각한 차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개별 차별금지법을 동원해 적용하려면 법 적용의 혼선을 부를 수 있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일한 법률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면 법 적용의 단순함을 도모할 수 있고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 피해자 구제가 그 만큼 용이한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지고 보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건 ‘평등’이다. 성 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게도 최대한의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인데, 이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부처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균등한 기회를 부여받아 그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한다는 헌법 전문과도 맞닿아 있다. 

법보신문 설문조사 결과는 차별을 넘은 평등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불교계의 바람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올해 6월 국가인원위원회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5%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불교계를 비롯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형성돼 있는 만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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