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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마 방거사가 남긴 어록에  게송을 더해 소개한 국내 첫 완역본

  • 불서
  • 입력 2020.08.31 11:56
  • 호수 1551
  • 댓글 0

‘방거사 어록‧시 역주’ / 강승욱 역주 / 운주사

‘방거사 어록‧시 역주’
‘방거사 어록‧시 역주’

중국의 유마로 칭송받는 방거사는 성이 방(龐)이고 이름이 온(蘊)이다. 방거사가 활동하던 8세기 중반부터 9세기 초까지는 마조선사와 석두선사가 선풍을 드날리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방거사는 석두선사를 찾아 법을 묻고, 마조선사 문하에서 수행하여 그 법을 이었다. 하지만 출가수행자가 되지 않고 재가 거사로 살아가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 중국의 유마로 불리고 있다.

유마거사에 비견되는 그 방거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방거사 어록’은 당시 양주자사 우적이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 숭정간본이며, 이 숭정간본은 명나라 말기인 숭정 10년(1637년)에 천주라산의 서은원에서 출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출판한 어록이 상‧중‧하권으로 되어 있으나, 그동안 국내에는 상권만 소개돼 전편을 보기 어려웠다.
이 책 ‘방거사 어록‧시 역주’는 방거사의 어록과 게송을 모아 엮은 ‘방거사 어록’의 온전한 첫 번째 번역본이다. 덕분에 그동안 선어록이나 선사들의 법문에 수없이 오르내렸던 방거사의 진면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국내 첫 완역으로 선보인 ‘방거사 어록‧시 역주’는 그동안 ‘원오심요 역주’ ‘마조어록 역주’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온 강승옥이 2014년 중화전자불전협회가 전산화한 ‘만신속장경’ 제69책 ‘방거사 어록’을 저본으로 삼아 풀어냈다. 그러나 방거사는 그 유명세와 달리 생애에 대해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몇 가지 단편적 정보를 갖고 추론과 퍼즐 맞추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역자는 우선 “그가 형주 사람이라는 것, 말년에 양양에서 살았다는 것, 결혼해서 아들과 딸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딸과 함께 조리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갔다는 정도가 전부”라며, “사실처럼 전하는 부친이 형양의 태수였다든가 그로 인해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다든가, 단하와 과거 시험을 치르러 가는 중에 함께 마조를 만났다든가 하는 등의 일들은 그야말로 추론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이러한 점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책의 앞부분 ‘방거사는 누구인가’편에서 따로 밝혔다.  

방거사는 말 그대로 재가불자였기 때문에 다른 선사들의 선어록에서 볼 수 있는 상당법어나 대중법문이 없고, 제자들이나 학인들과의 인연이나 주고받은 문답 등도 없다. 따라서 어록집 전체 분량에서 시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어록 내용도 대부분 당대 선사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전등록’ 등에 방거사가 남긴 시가 300수에 달한다고 하지만, 역자가 저본으로 삼은 ‘속장경’에 수록된 시는 149수가 전부다.

역자는 여기에 방거사 어록과 시(게송) 전부를 온전히 소개하면서 원문의 문자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번역하고, 주요 한자 및 단어에 대한 풀이, 원문의 이해를 돕는 방대한 주를 달았다. 특히 각종 경전과 선어록을 토대로 상세한 주석을 달아 방거사가 노닌 경지, 그의 사상과 가르침, 정신세계 등을 온전히 만날 수 있게 했다. 

불교 역사에서 발군의 존재감을 뽐내고 드라마틱한 삶과 죽음의 과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선사들과의 법거량에서 탁월한 안목을 드러냄으로써 재가불자 중 최고봉으로 꼽히는 방거사를 어록과 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2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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