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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안미옥(수진행, 57)-상

기자명 법보

할머니손 이끌려 불교 인연
불교대학 다니며 수행 접해
시간·장소 제약 없는 다라니 
일상 속 수행으로 자리 잡아

수진행, 57

지난달 다라니 기도를 회향하는 날,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법당에 들어온 소년을 보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초공양을 올리며 늦은 시간까지 할머니와 함께하는 그 소년을 통해 시나브로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올라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뭉클함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쳤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부처님과 인연 맺은 건 소년과 비슷한 나이 즈음이었다. 어머니의 신심은 어린 나이에도 그 지극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머니께서는 집에서 먹을 쌀을 사실 때면 늘 한 주머니 정도 되는 양의 쌀을 먼저 떠서 이물질을 세심하게 골라내시고 집안 한쪽에 정갈하게 보관해 두셨다. 그리고 사찰에 법회가 있는 날이면 그 쌀을 들고 절로 향하셨다. 그 길을 따라나설 때면 공양미를 두 손으로 안고 가는 건 나의 몫이었다. 어머니의 정성을 곁에서 보아서였는지 나 역시 어머니께서 말씀하시지 않아도 공양미를 조심스럽게 들고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가끔 어머니를 따라 사찰을 가는 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유년 시절 불교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그런 소박하기만 한 경험도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줄곧 종교를 쓰는 생활기록부에는 어김없이 ‘불교’라고 쓰게 되었다. 그렇게 의구심도 갖지 않는 소녀였던 나와 불교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 이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도 한동안 무조건 부처님께 기도하고 의지한 것이 전부이니까 말이다. 

가끔 생각해보면 기복신앙 그 자체에 대해 부끄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기도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한 신행활동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사실에 부처님께 감사할 뿐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어느 때부터인가 부처님의 참 진리를 배우고자 발원했다. 20여 년 전 마침 마산포교당 정법사에 불교대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어 입문했다. 불교대학은 기복신앙에 머물러 있던 나의 불교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주었다. 정법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며 진정한 행복을 향하는 불자의 삶을 발원했다. 불교대학을 시작으로 무료급식소 봉사, 신도회 임원을 거치면서 신행 생활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어린 시절부터 자리한 불교에 대한 인연의 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법사에서는 매월 양력 1, 2, 3일 저녁 8시부터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올리는 수행 모임이 전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정법사가 도심 사찰에서 신도들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기도 도량으로 자리매김하는 동력 중 하나가 바로 다라니 기도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다라니 기도를 이어가는 불자들을 보며 불교대학 입문과 함께 다라니 기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참여했기에 이런저런 일상의 일들을 핑계로 빠지는 날도 제법 있었다. 그런데 다라니 기도는 하면 할수록 신심이 났고 기도를 마치고 나올 때는 더 없이 상쾌하고 청량했다. 한 달 내내 숨 가쁜 일상이지만, 매월 초 다라니 기도에 동참하고 나면 한 달 내내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었다. 다음 달의 다라니 기도일이 내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아예 새해가 되어 새 달력을 걸 때면 가장 먼저 다라니 기도일에 동그라미를 쳤다. 집안의 대소사로 인해 빠져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다라니 기도에 빠지지 않고 동참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다라니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함께했다. 갑자기 놀랄 일이 있거나 초조할 때 다라니를 외우면 금방 진정이 됐다. 걷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을 때도 다라니와 광명진언을 외웠다. 무엇보다 다라니 기도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치 않고, 공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는 수행법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수행하며 실천하고 회향하는 불자의 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지금도 매월 초 3일 동안 주지 도문 스님의 청아한 목소리와 목탁 소리, 도원 스님의 법고에 맞추어 한마음 한뜻으로 지혜의 등불을 밝힐 수 있어 감사하다.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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