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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오선자의 ‘신발의 수다’

기자명 신현득

발 감싸고 가시밭길 가도 불평 없는
신발의 보살행 어린이 눈높이 표현

신발 수다는 자랑거리 많단 뜻
주인 어린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많은 사람 보고 구경하며 여행
먼지투성이 됐어도 즐겁다 만족

신발은 고마운 생활용품이다. 재료는 벳조각과 고무와 가죽으로 되어 있다. 신발은 이런 몸으로 사람의 생활을 돕고 있다. 사람이 이끄는 대로 사람의 몸을 날라다 준다. 신발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따질 수가 없다. 

그 이름과 종류가 여러 가지다. 아기발에 고까신, 어린이들의 운동화, 아버지의 구두, 누나들의 굽이 높은 뾰족구두, 엄마가 집에서 신는 고무신, 군인 아저씨들의 군화, 축구선수의 축구화, 농구선수의 농구화, 비올 때에는 장화….  

왼쪽 오른쪽 두 신발이, 사람 몸무게를 나누어 담고 걷는다. 무겁지 않을까? 그러나 신발은 참는다. 어린이들은 1주일에 5일 학교에 오고 간다. 그 걸음에는 신발이 따른다. 아빠를 따라 산에 오를 때도 있다. 산마루를 정복하고, 만세 한 번 부르고 왔다. 신발의 수고로 산에 올랐던 것이다.  

신발은 사람의 발을 감싸고, 이끄는 대로 걷지만, 돌너덜을 만날 때도 있다. 진창길을 만날 때도 있다. 가시밭을 만날 때도 있다. 그래도 신발은 불평을 않는다. 이것이 신발의 보살행이다. 신발은 보살이다. 신발 보살님! 신발 보살의 수고를 내용으로 한 동시 한 편을 살펴볼까?

신발의 수다 / 오선자

하루 종일 
걷고 뛰었다. 

역사 공부하고 
사람 구경하고

이상한 음식도 보고
모르는 사람도 보고

신기했어요.
즐거웠어요.
힘들었어요. 

흙먼지 
묻혀 와

거꾸로 누워 있고
짝짝이 되어 있고 
거실에도 올라오고

괜찮다고 
박수치는 
풀어진 끈도 있고. 

오선자 동시집 ‘신발의 수다’(2020)에서

‘신발의 수다’는 신발이 말하는 수다스런 자랑이다. 그만큼 자랑이 많다는 뜻이다. 하루 종일 걷고 뛰었다고 자랑을 한다. 그 위에 한 사람 어린이의 몸무게를 담고 뛰었던 것이다. 

‘역사 공부를 했다’는 표현은 신발이 주인 어린이를 데리고 고적지를 다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천 년 고적지의 탑을 살피고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보고, 많은 것을 구경하고, 음식 구경도 했다. 신발은 이 모든 여행이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다.   

이제 힘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신이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거기에다, 거꾸로 누운 신세가 되었다. 같이 다니던 짝은 어디에 있는지? 신 임자 철수 어린이를 타일러야겠다. 종일 같이 여행한 신발을 그렇게 푸대접해서는 안 되지. 먼지를 깨끗이 털어줘야 하고. 짝을 맞춰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아야 되는 걸….     

그러나 신발 보살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오늘 여행은 즐거웠어. 보살행을 잘 했으니 만족이야. 철수야, 철이 들면 잘하겠지.’

동시의 작자 오선자 시인은 경남 창녕 출생으로, 아동문예 신인상으로 등단(1994), 동시집 ‘그물에 걸린 햇살’ ‘꽃잎 정거장’ 등 여러 권의 동시집을 냈으며, 부산 아동문학상, 불교아동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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