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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殉敎)

정치 목사의 죽음협박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전광훈 목사가 퇴원하자마자 순교(殉敎)하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와 이들이 참석한 광화문 집회로 인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국민들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사태에 대해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 목사가 순교를 언급한 이후 포털사이트에서는 순교가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순교는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이다. 죽을 순(殉)에 가르침 교(敎)이니, 따르는 가르침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극한의 희생이다. 어느 종교에나 순교의 역사는 있다.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졌던 위대한 순교자들이 있었기에 각 종교들은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 목사의 순교 발언은 더욱 생뚱맞다. 누구도 전 목사에게 기독교를 믿으면 목숨을 빼앗겠다거나 신앙의 자유를 박탈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없다. 오히려 국민들이 전 목사의 일탈로 인해 목숨과 생계를 위협받고 있으니, 국민들이 오히려 강제로 순교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전 목사의 순교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청와대 진입 순교자를 모집하기도 하고, 순교를 거론하며 단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허망했다. 당뇨가 심해 힘들다며 단식은 저녁 한 끼 굶는 것으로 끝났고, 집회를 강행하다 구속수감 되자 급사 위험이 있다며 처벌은 달게 받을 테니, 제발 보석을 허가해 해달라고 호소하는 신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단언컨대 전 목사가 순교할 일은 없다. 그에게 순교를 강요할 대상도 없고 사실 “하나님도 까불면 죽는다”는 전 목사에게 순교할 대상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면서도 이를 순교로 포장하는 전 목사의 코미디를 이 순간에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순교라는 거룩하고 숭고한 단어가 전 목사에 의해 오물을 뒤집어쓰고 희화화되고 놀림거리가 돼버린 상황이 또한 안타깝기만 하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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