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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비구니 차별 개선의 주춧돌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교계의 여론은 사실상 하나다. 이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중생이 존귀하다’는 부처님 가르침 앞에서 불자들은 이의를 달지 않는다. 불교계가 13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꾸준히 요구해 올 수 있었던 것도 보이지 않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고해 보이는 대오 속에서도 유독 회의적 탄식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비구니 차별이 차별금지법과 맞닿는 순간이다. 

“비구니에 대한 차별관행과 제도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은 모순으로 보일 수 있다.” “비구니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개선한 후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물론 비구니스님들의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비구니에 대한 교리적, 제도적 차별이 현존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회의적·비판적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불교 내부의 불평등 개선 노력과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에 선후가 있을까. 두 가지가 병행되면 좋겠지만, 성차별적 제도와 관행이 있다고 해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에 머뭇거릴 이유는 없다. 

성차별은 불교계에만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예술, 종교 등 우리사회 모든 부분에 성차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습과 전통이라는 장벽 속에서 차별은 당연시되고, 문제의식조차 희미해지곤 한다. 차별은 무관심 속에서 더욱 견고해진다. ‘이것이 차별이다’고 규정하지 않으면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른 채 반복되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차별하겠다는 계획이나 악의적인 인식이 없더라도 익숙한 관습 속에서 차별은 반복된다.

조혼을 금지시켜야 조혼이 범죄라는 인식이 생긴다. 과부재가를 허용해야 과부의 재가를 막는 것이 억압임을 알게된다. 말도 안 되는 여성차별이지만 갑오개혁 이후에야 그것이 범죄라는 기준이 생겼다. 

지체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외국인 노동자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성소수자가 치료받아야할 환자로 여겨지는 것이, 여성이 남성보다 아랫자리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은 우리사회에 잔재하는 여러 차별적 관행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음을 명시해준다. 그 인식과 기준은 궁극적으로 불교계에도 수용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사회가 더 이상 남녀차별을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하는 순간 교계에도 비구니 차별 개선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숙고가 시작될 것이다. 

남수연 기자

불교는 26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성장해왔다. 그 속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향하는 참다운 진리를 향한 나침반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사회의 변화는 불교 발전의 또 다른 동력이 됐으며 그렇게 성장하고 변화한 불교는 진정한 시대의 스승이자 등불이 됐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불교계의 목소리에 비구니스님들의 힘이 더욱 모아지길 바란다.

namsy@beopbo.com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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