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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속 옛 이야기로 만난 우리 문화

  • 불서
  • 입력 2020.09.07 13:45
  • 호수 1552
  • 댓글 0

‘천년 고찰 이야기’ / 최종걸 지음 / 다우

백제불교 첫 도래지 영광 불갑사 전경.
백제불교 첫 도래지 영광 불갑사 전경.

“마라난타 스님이 작별을 고하자 스승은 불두(佛頭)를 건네면서 항해 중 풍랑을 만나면 이 불두를 바다에 던지라고 했다. 항해 중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가 되었지만, 스승의 당부대로 불두를 바다에 던지자 이내 바다가 잠잠해졌다. 이후 순탄한 항해 끝에 배가 닿은 곳이 지금의 굴비 산지로 유명한 영광군 법성 포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며칠 전 바다에 던진 불두가 먼저 포구에 도착해 있었다. 마치 불두가 배의 기착지를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한 것처럼.” 

마라난타 스님은 이러한 기연과 가피를 기리기 위해 인근 모악산에 사찰을 창건하고 이름을 불갑사로 지었다. 부처님을 모신 첫 번째 사찰이라는 의미다. 불갑사가 이렇게 옛 이야기를 담고 있듯, 이 땅의 명산대찰은 대부분 이러한 이야기 하나씩은 품고 있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는 당대 한국인의 마음을 담은 발원과 수행자들의 깨달음이 있고, 우리 문화의 속살이 깃들어 있다. 

이 책 ‘천년 고찰 이야기’는 그렇게 우리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채 소리 없이 흐르는 깊은 강물처럼 천년을 이어온 산사 순례기다. 외가 작은할아버지가 해남 미황사에 주석했었고, 친동생이 송광사로 출가한 불연을 이어 언론인 최종걸이 산사에 발을 디뎠다. 저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언론계를 떠나있던 시절, 평소 알고 지내던 봉은사 스님의 권유로 수행 삼아 천년 고찰순례를 시작해 봉은사 사보 ‘판전’에 연재를 시작했다.
 

‘천년 고찰 이야기’

그렇게 찾기 시작한 고찰은 새로웠다.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소하게 다가왔고,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절 안에 숨은 유구한 인연과 기도 발원들은 훨씬 내밀했다. 문득 그 옛날 깊은 산속 천년 고찰에서 수행 정진하던 선사들과 동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도 수행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문에 들어서는 순간 그 산과 절 이름을 새긴 편액에 먼저 시선이 갔다. 처음에는 그냥 보이는 대로 보기만 했으나, 시간이 흘러 그 절의 유구한 사연을 듣고 자료를 찾아본 다음부터는 마치 우리 이름에 출생의 비밀과 삶의 바람이 담긴 것처럼, 절 이름에 담긴 간절한 발원들을 알아차리게 됐다. 그 절에는 당대 사람들의 마음이 깃든 발원이 담겨 있었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수많은 전란과 예기치 못한 화재로 소실될 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우고 복원하는 그 발원들이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됐음도 볼 수 있었다.

저자가 여느 기행기와 다르게 기이한 일화와 옛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록한 책에서 불지종가 통도사를 시작으로 백제불교의 첫 도래지인 영광 불갑사, 신라불교 첫 개창 절인 도리사, 그리고 5대 적멸보궁, 3대 해수관음 성지, 삼보사찰, 미륵신앙 성지, 지장신앙 성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찰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찰들을 만날 수 있다.

사찰 안의 전각, 탑 등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부터 절 이름에 담긴 창건 의의와 발원 내용까지 알려주는 이 책 ‘천년 고찰 이야기’는 순례객을 옛 이야기로 안내하는 사찰문화유산 해설서에 다름 아니다. 2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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