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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안미옥(수진행, 57)-하

기자명 법보

처음 어려움 있을 때만 기도
점차 매월 3일 간의 기도가 
인생의 최우선 순위로 정착
코로나 우울도 극복할 수 있어

수진행, 57

30대 말 정법사에 와서 불교대학에 입문하고 처음 다라니기도에 동참한 날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대작 불사로 웅장한 법당을 갖추었지만, 그 당시에는 작은 법당 그리고 마당까지 가득 불자님들이 앉아서 다라니기도에 동참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환희심이 나 처음에는 계속 동참한다는 생각보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거나, 가족 중 누군가 시험을 칠 일이 생기면 꼭 다라니기도에 동참하겠노라고 발원했다. 

한 달을 기도로 시작하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했다. 3일의 기도를 잘 끝내고 나면 신심과 환희심으로 충만해졌다. 물론 기도의 환희심은 법당을 나서는 순간 다 사라질 뿐이라고 단정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기도하고 수행에 매진하며 목표한 정진을 마친 그 순간만큼은 한 달의 일상을 원만하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굳건한 자신감이 들었다. 

정법사에서는 다라니기도 기간 중 부처님 전에 올린 연꽃 초 공양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또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과 의경들에게 따뜻한 손편지와 함께 위문품도 선물로 보내고 있다. 기도의 공덕을 장학금과 위문품으로 회향할 수 있어 더욱 뿌듯한 정진이 거듭됐다.

기도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인생 우선순위를 매월 양력 1, 2, 3일 다라니기도에 두게 되었다. 누군가는 한 달 중 3일이나 그것도 저녁 시간을 어떻게 다 빼고 절에 가느냐고 반문하곤 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인생의 우선순위’를 말씀드렸다.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은 물론 직장인, 사업자, 주부들도 하루하루 나름의 계획을 짜고 빠듯하게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모두 똑같이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있고 어떤 일에 더 순위를 높게 두는 가에 따라 사는 모습이 달라진다. 

사실 일상에서 꾸준히 기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어떤 때는 ‘법화경’ 사경을 해보기도 하고 ‘관세음보살보문품’ 독송에 매진한 기억도 있다. 한동안 게으름이 나서 아무런 수행도 하지 않고 마냥 쉬기만 한 적도 있다. 그래도 월말이 다가오면 다시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며 인생의 우선순위로 삼은 다라니 기도를 준비하고 기꺼이 동참할 수 있었다. 

10년 전 즈음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우울증이 찾아와 나도 무척 힘이 들었다. 당시 새벽기도에 동참해 남편이 부처님께 의지할 수 있기를 발원했다. 이전에 남편은 늘 “가족 중 한 사람만 대표로 절에 가면 된다”며 자신은 절에 오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 불교대학에 등록했고 함께 봉사와 신행을 하며 이제는 소중한 도반으로 거듭났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종교를 강요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어릴 때부터 부모의 신행을 보고 느끼며 자라서인지 자연스레 불자로 성장했다. 아들이 서울에서 공부하던 시절, 아들을 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면 늘 아들은 기차역에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 봉은사 등 서울을 대표하는 사찰을 찾아 함께 참배하기를 먼저 제안했다. 낯선 서울에서 아들과 함께 부처님 전에 108배를 올릴 때면 늘 ‘나는 부처님께 빚을 많이 진 사람입니다. 죽을 때까지 봉사하고 기도하며 불자가정을 만들겠습니다’ 하는 발원이 절로 나왔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올해는 정말 힘든 해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사찰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증이 커졌다. 그럴 때마다 경전을 펼쳤다. 집에서는 항상 ‘천수경’으로 다라니기도를 했다.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나 기도하는 곳이 법당이요 정진하는 곳이 수행처가 됨을 받아들일 수 있다.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긴 나는 부처님과의 인연 속에서 가족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인연 고리를 잘 만들겠다는 서원을 세운다. 남은 인생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화합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물질주의가 팽배한 사회, 코로나로 힘든 시기, 서로 배려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끈끈한 인연의 고리를 엮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불자라서 늘 행복합니다. 부처님의 품 안에서 지혜를 배우고 항상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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