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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에 감사…평등 세상 위한 지속적 노력 기대”

  • 교계
  • 입력 2020.09.11 16:22
  • 수정 2020.09.11 17:34
  • 호수 1535
  • 댓글 0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4인 활동가에게 들었다.

노동현장에서는 임금·고용보험 등 모든 영역 불안정고용 발생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하나의 과정
불교계 내부 차별 인식 제고와 개개인 여론 모으는 노력 필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2012년 발족 초기부터 노동자, 빈곤자,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을 위한 사회활동을 실천했다. 갈등의 현장에 뛰어든 스님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올해 1월16일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기도회’에 입재했으며 국회와 여야당사 앞에서 오체투지도 잇따라 진행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4인은 사회노동위 스님들이 한국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인연이 닿아 의기투합했던 활동가들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평등세상을 만들기 위한 불교계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견을 들어봤다.

▶노동현장에서 어떤 차별이 벌어지고 있나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이하 김혜진) “장애인·청소년·준고령자·이주민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고용보험 적용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불안정고용 문제가 발견된다. 장애인 노동자의 경우 기업들은 의무고용제도를 지키는 것보다 벌금 내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도 근무지를 계속 바꾸면서 신규 채용하는 편법으로 임시고용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이하 이진희) “여성장애인은 직장을 구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많다. 업무 능력 여부를 떠나 취업 거부나 면접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이하 박한희)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밝히기 전까지 주변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성소수자로 아웃팅(자신의 사회적 신분 또는 성향이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폭로되는 것) 되는 순간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이하 김윤영) “원치 않는 아웃팅은 빈곤층에서도 일어난다. 최근 유튜버들이 서울역 노숙인을 만나 노숙 체험을 하거나 ‘왜 일 안하냐’ ‘냄새난다’ 등 악의적으로 시비 거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뿌리 깊은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김혜진 “남녀고용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 비정규직차별금지법 등 기존 법률이 시행 중에 있지만 실제적인 노동현장에서는 차별을 묵인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짙다. 심지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능력에 따른 대가의 정당한 차이’라고 합리화되면서 노동자로서 기본 권리마저 포기하게 된다.”

박한희 “1990년까지만해도 기업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제도화 되지 않았다.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것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시설 마련이 의무화되면서 이들이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면 차별의 부당함을 인식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진희 “아직 제도가 완전하다고 할 수 없다. 장애인 편의증진법에 따라 이들에게 물리적인 접근성은 확보됐지만 그렇다고 차별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을 향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고 이를 해소해줄 제도적인 지원은 충분하지 못하다.”

김윤영 “노숙인들도 제도 밖에 있는 상태다. 정부는 노숙인들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기는커녕 감시의 대상으로 여기고 부양의무자기준을 들어 개인의 문제로 전가하고 있다. 어떠한 사회보장제도에서도 가족관계나 지원여부를 따지지 않는데 유독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런 것들을 묻고 따지면서 노숙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러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나

이진희 “모든 차별이 당장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것이 차별이다’는 명확한 정의와 더불어 이 문제를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한 사람이 다수의 신분을 가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복합차별 문제도 해결방법이 제시되리라 예상한다."

김혜진 “차별금지법이라고 해서 차별에 대한 처벌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차별 받고 있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사회가 집단적으로 인식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2012년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해왔다. 어떤 성과가 있다고 보나

김윤영 “사회노동위원회의 가장 큰 역할은 차별받고 있다고 느껴온 사회 약자들을 따뜻하게 감싸안고 일원으로 환영해준 것이다. 특히 ‘2014 송파 세모녀 추모재’ ‘무연고 사망자 추모재’ 등을 매년 진행하면서 차별을 공적영역으로 끌어올린 것은 매우 큰 성과다.”

박한희 “일부 기독교계는 성소수자 문제를 부각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언론 역시 종교계 전체가 반대하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지만 불교계가 끊임없이 차별금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주고 있어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 성소수자 대표로 참석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함께한 오체투지도 집회, 시위 등 다양한 저항의 방법 가운데 가장 불교적이고 평화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평등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교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김혜진 “차별금지법 제정은 차별의 부당함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과정이다. 차별을 양산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불교계가 앞장서 설명과 설득의 자리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박한희 “지금처럼 사회 약자들을 대변하고 함께 해주는 것도 큰 힘과 위로가 된다. 앞으로도 사회노동위원회와 연대를 강화해 차별 없는 세상에 한발씩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진희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불교사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연대와 노력으로 평등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윤영 “차별은 사회적으로 옳고 그름의 다툼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포용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사회노동위원회가 주축이 돼 불교계 내부에서부터 차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불자들 개개인의 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불교계와 스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53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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