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멀미

기자명 심원 스님

멀미는 영어로 ‘motion sickness’라 표기되듯이 움직임과 관련된 병적 증상으로, 어지럼증이나 두통, 메스꺼움 등을 수반한다. 우리 몸에는 세반고리관이라는 전정기관(前庭器官)이 평형감각을 주관하는데, 귓속 세반고리관 안에 있는 림프액에 의해 얻어진 정보와 눈으로 보는 시각 정보가 일치하지 않을 때 멀미가 발생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경사가 심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거나 파도가 거센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 시각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데 림프액은 몸이 전후좌우, 상하로 심하게 움직인다고 뇌에다 보고함으로써 뇌가 균형감각을 잃는다. 이처럼 눈으로 인식하는 시각정보와 뇌가 감지하는 신경감각이 충돌하면 균형이 깨어지면서 멀미가 나게 되는 것이다.

시각정보와 신경감각의 충돌로 몸이 멀미를 하듯, 코로나19로 야기된 급격한 변화는 일상생활 속에 크고 작은 불일치와 괴리감을 발생시켜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 멀미’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뉴욕타임즈에 “Our New Historical Divide: B.C. and A.C. — the World Before Corona and the World After”라는 제목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로 세계 역사는 확연하게 나누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내놓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B.C.(비포 코로나)’ ‘A.C.(애프터 코로나)’라는 용어가 재치는 있지만 지나치게 사태를 과장한 것이라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장되면서 전 지구가 위협을 받게 되자, 아예 코로나 대신 ‘질병(Disease)’을 붙여 코로나 이후를 ‘A.D.(After Disease)’로 하자는 혹자의 제안이 공감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주지하다시피 ‘B.C.’는 영어 ‘Before Christ’의 약자이고, ‘A.D.’는 라틴어 ‘Anno Domini’의 약자로 ‘주의 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서력기원은 서구세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19가 전 지구를 바꾸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이 바이러스를 예수의 역할에 비견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세상 풍경이 너무나 달라져 버렸다.

미래학자나 세계적인 석학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코로나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비말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은 실내외나 밤낮 가릴 것 없이 필수가 되었다. 또 사람 간 접촉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언택트)’은 일상생활을 재구성하는 모토가 되었다.

학교와 학원은 방역정책에 따라 비대면 강의가 보편화되었다. 또 ‘무인결제 시스템(KIOSK)’과 온라인 금융이 상용화 되고 있음은 물론, 상품을 골라 담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무인매장 ‘아마존고(amazongo)’나,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오는 편의점 ‘모비마트(mobymart)’와 같은 비대면 유통 사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직장에는 유연근무나 재택근무제가 확대되면서 출퇴근 근무형태가 변하고 있다.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불교계는 비대면 온라인 법회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속도가 참 가파르다. 모든 구성원이 생활화하여 적응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래서 사회 전체가 ‘코로나 멀미’를 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 재확산에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탓에 우울증, 폭력, 분노 등의 갖가지 사회 부작용이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핸들을 잡은 운전자나 배를 모는 선장은 멀미를 하지 않는다.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멀미는 물리칠 수 있다.

‘A.C.(After Corona)’라 하든 ‘A.D.(After Disease)’라 하든, 우리가 코로나가 촉발한 변화를 예측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한다면 ‘코로나 멀미’는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의미 있는 통과의례가 될 것이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전 강사 chsimwon@daum.net

 

[1553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