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다른 세상
자신과 다른 세상
  • 성원 스님
  • 승인 2020.09.14 14:29
  • 호수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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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 성향
검색 통해 더욱 편향적으로 변해
거슬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모순된 자신 성찰하는 지혜 갖길

사람들은 보이는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들리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식하고 싶은 것만 인식한다.

일반적인 말로 하자면 모두 지극히 주관적인 삶을 살 뿐이다. 가끔 “객관적으로 보면…”이라며 말하는 사람이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우리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보편적인 다수의 의견으로 위장해서 타인을 설득하고자 한다.

불교는 참 편안하다. 무엇보다 억지 주장을 하지 않는다. 억지 주장을 하지 않으려면 보편적인 관점에서 이론을 다듬고 사상을 이룩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불교가 그렇다. 불교에서는 사람들이 말하는 세상이라는 것은 오직 자신이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세상뿐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가 수행을 거듭해 세상을 보는 참 눈이 활짝 열리게 되면 그때는 다르다. 성불하여 부처님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세상은 마음에 그려지는 세상일 뿐이다. 일체유심조의 가르침은 정말이지 인류의 모든 세계관을 부수어 버리기에 충분하다. 달리 말하면 “세상에, 세상에”라고 말하지만 말하는 그 세상은 오직 자기 생각 안에 있는 세상일 뿐이다. 이것을 참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어찌 타인의 세상을 향해 함부로 옳고 그름을 말하겠는가?

누구나 자신이 옳아서 싸우는 것이다. 어째서 자신이 옳은가는 성찰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 생각을 정당화시켜 줄 그 무엇을 찾아 더욱 헐떡이면서 자신의 사상에 덕지덕지 덮개를 더하려고만 한다. 더 덮을수록 거지가 누더기를 겹겹이 입는 듯 더 추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자신을 진정 아름답게 뽐내고 싶다면 버려야 한다. 여러 채 소유한 아파트를 버리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은 덕지덕지한 자신의 사상과 주의 주장, 감정 등을 버리고 홀가분하고 경쾌한 자신의 모습을 일구는 것이다.

일찍이 신문이 인터넷으로 읽히자 지성인들은 심화될 지식과 정보의 편향성에 대해 걱정했다. 종이신문은 곁의 기사도 보게 된다. 하지만 검색하다 보면 자신의 취향 쪽에 더욱 몰입되어 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시청각을 함께 몰입하게 하는 영상물이다.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최고의 지식 전달 매체가 되어버린 유튜브를 통한 영상 정보의 전달은 편향된 정보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민족적 성향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정보망을 구축한 우리는 더더욱 동영상 중심의 편향된 정보에 몰입하고 있다. 한반도는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우려했던 정보 편향의 큰 시험장이 되고 말았다. 무방비로 노출되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상 편향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좌우가 극단적이라서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상에 몰입하며 골을 깊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정치 현장에서는 더욱 적나라하다. 의견에 반대하는 불편한 사람과는 만남조차 거부하고 본인 생각을 충동질하는 영상물을 검색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면서 아집만 더더욱 키우고만 있다.

도처에 자신과 맞지 않는 일로 모두 분노하고 아우성친다. 왜 자신이 세상과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못할까? 거슬리는 이야기로 자신을 더 온전하게 다듬어 가고자 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거슬리면 물어뜯는 말초적 쾌감보다 자신과 다른 말에 귀 기울이며 온전한 인격을 아프게 단련해야만 할 것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가르침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성원 스님

아득한 옛적 세존께서는 나로 인해 모순된 세상을 버리시고 세상 그 무엇도 걸림 없이 받아들이시어 가장 행복한 삶을 완성하셨다. 우리 모두 나와 다른 너로 인해 괴로워하지 말고, 너와 달라 힘든 모순된 자신을 성찰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건너갔으면 좋겠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53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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