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4. 승가의 화합과 갈마

기자명 정원 스님

갈마문화 정착되면 승가운영 독행은 절로 차단

화합 중시해서 ‘승가=화합중’
삼업·교법 의해 승가일 처리
청정하고 수승한 범행 포함
갈마 막는 자는 승단서 축출

도선의 ‘사분율행사초’에 따르면 승가를 구성하는 조건은 이화(理和)와 사화(事和)이다. `이화'는 불교 교의를 함께 따르는 것으로 열반해탈을 목적으로 한다. `사화'는 계화동수(戒和同修), 견화동해(見和同解), 이화동균(利和同均), 신화동주(身和同住), 구화무쟁(口和無諍), 의화동열(義和同悅)로써 육화합을 의미한다. 위 두 가지 화합을 조건으로 하기에 승가를 화합중이라고 부른다.

육화합 가운데 세 번째까지는 특정구역을 대계(大界)로 정한, 현전승가 대중이 보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화합이다. 동일한 계를 지키고, 견해가 공통으로 이해돼야 하며, 의식주는 균등히 분배돼야 한다. 신화동주, 구화무쟁, 의화동열은 대중이 모여서 특정의 갈마를 할 때 충족돼야 하는 조건이다. 이 세 가지가 화합되지 않으면 갈마는 유효성을 상실한다. 육화합 정신에 의거해 비구·비구니는 독립된 대계에서 독립적으로 갈마를 해야 한다.

갈마 방식은 구업을 사용해 갈마문을 말하고, 신업은 갈마의식에 필요한 율의에 부합해야 하며, 의업 역시 갈마 내용에 집중해야 성취된다. 삼업이 일의 목적에 부합되게 움직였을 때 일이 성취되므로, 갈마란 곧 ‘업을 짓는[作業]’ 행위다. 갈마의 원어는 업이라고 번역하는 산스끄리뜨어 까르만(karman)과 빨리어 깜마(kamma)이다. 율장 번역자들이 업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원어 발음을 살린 이유는 세속인과 출가자에게 공통으로 해당된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같은 삼업의 조작이라고 하더라도, 승단에서는 법답고 율다운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므로 ‘갈마’라고 칭해 일반인이 사용하는 업과 구분했다. 선업과 악업을 모두 지칭하는 ‘업’과 달리 여법한 삼업과 교법에 의해 승사(僧事)를 처리하므로 청정하고 수승한 범행(梵行)에 속하는 것이 갈마다.

부처님 당시 자연계에서 포살갈마를 했으나 구성원이 많아지자 지역별로 갈마를 하도록 지시했고 그때부터 작법계(作法界)가 생겼다. 대중 4인 이상을 필요로 하는 중법갈마(衆法羯磨)는 반드시 작법계인 대계에서만 가능하고, 일대일로 하는 대수법과 혼자서 하는 심념법은 작법계와 자연계 어디서나 가능하다.

신화동주는 대중 운집을 알리는 목탁을 치면, 대계 안에 있는 모든 비구가 반드시 갈마 장소에 와야함을 의미한다. 즉 와야 할 이는 반드시 와야한다는 원칙으로 불참자가 있으면 갈마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 갈마 참석자들의 행주좌와는 일치해야 한다. 갈마를 하는 순간, 대중은 서 있는데 본인은 앉아 있다거나 움직이면 갈마가 성립하지 않는다.

구화무쟁은 갈마 장소에 모인 이들이 사안에 반대할 자격을 가진 청정비구로서 갈마를 진행할 때 묵언으로 찬성을 표하고 반대하지 않아야 갈마가 성립된다. 반대발언이 있으면 구화무쟁이 성립하지 못하므로 갈마는 성취되지 않는다. 조율할 사항은 사전에 마치고 최종 결론을 가지고 갈마를 통해 확정한다. 이렇게 확정된 갈마에 대해 뒷말을 하면 계목을 범하게 된다.

의화동열은 갈마에 참석할 수 없을 때 미리 위임을 해, 결정한 사항에 대해 이의 없음을 대중에게 밝히는 것이다. 위임하지 않은 채 불참하면 별중(別衆)이 돼 비법갈마가 된다. 

갈마를 통해 승가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특정인의 독행에 의한 운영은 불가능하다. 갈마를 할 때 지혜 있는 자의 법다운 결정에는 누구도 반대해서는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 갈마를 막는 자가 있으면 승가는 빈출갈마로 그를 축출시키고 화합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불법과 세간법의 차이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53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