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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감정에 대해 ‘내려놓기’

모든 현상은 공하고 독립적인 자성 없다

감정이 일어나면 바라보기만 할뿐
왜곡됨 없는 깨어 있는 마음 유지
명상은 마음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창의적 에너지 일어남 경험할 것

‘내려놓기’는 감정 에너지에 대해 좀 더 깊게 통찰할 수 있게 하는 수행이다. 이 수행에는 감정의 존재를 알아차리자마자,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감정이 튀어나오면, 오게 그냥 두고, 그 감정이 바뀌면, 바뀌게 놓아두자. 생각이 떠오르지 못하게 막으려고 애써도 소용없듯이, 감정 역시 일어나지 못하게 막으려고 애써도 우리는 그 감정을 막지 못한다. 감정을 일부러 바꾸려고 애쓰지 말자. 그저 감정 하나하나가 일어날 때마다 그것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그 감정이 열린 공간 속으로 융해되도록 내버려 두자. 

감정의 강한 느낌과 치닫는 생각들에 의식을 집중하지 말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의식을 집중해 보자.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거나 구름이 떠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단순히 앉아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냥 살펴보자. 그리고 길가에 앉아 지나가는 감정을 지켜보며 어떤 감정이 근사해 보인다고 해서 쫓아가지도 말고 두려워 보인다고 해서 달아나지도 말자. 그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려 있고, 왜곡되지 않은, 깨어 있는 마음을 유지해 보자.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알아차림을 통해 관찰하고 그 감정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명료하게 인식하기 시작하면, 우리를 괴롭히는 습관적 성향들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감정들은 아주 미세한 수준까지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깊이 인이 박여 있는 것들을 명상 속에서 한 번 마주했다고 다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상이 그 변화의 과정에 불을 붙일 수 있다. 결국에는 지혜, 창의력 그리고 연민이라는 진정한 마음의 능력을 발견하기 시작할 것이다. 감정들의 진면목이 엄청난 명료함, 통찰력 그리고 자비라는 것을 알아차릴 때, 슬픔과 기쁨, 분노와 침착 등 모든 감정은 똑같은 창의적 에너지의 흐름에서 일어남을 경험하게 된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들은 거대한 에너지 장, 광활한 생생함, 아름답게 빛나며 충만한 불꽃 속에서 노닌다. 그리고 에너지 장은 어떠한 고정된 색이나 모양이 없는 순수한 물과 같다. 이것은 깨끗하고, 투명하며, 생기가 넘친다. 그 뒤로 생각이 치고 들어와 이 깨끗한 에너지 위에 이름표, 판단 그리고 이야기들을 덧대기 시작한다. 이때 각각의 생각은 마치 물과 섞일 때 색을 뿜어내는 염료 한 방울과 같다. 우리 마음의 명료한 본질을 보는 것을 가로막는 혼동의 장막들이 생겨난다. 이 혼동이 우리가 타고난 사랑과 연민, 자비에 대한 실천을 가로막는다. 이것이 우리가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불교 수행을 통해 명료한 알아차림과 지혜로 변화할 수 있다. 감정과 소통하는 깊은 단계에서 우리는 감정의 가공되지 않은 힘과 창조성 그 자체가 바로 깨달음의 지혜임을 직감할 수 있다. 이렇게 이 감정들의 원초적 상태, 본질과 연결할 수 있을 때 감정들은 우리가 본래 갖춘 지혜의 창의적 에너지를 격동적으로 일으킨다. 감정의 심장에 언제나 존재하는 지혜와 자비를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다. 모든 감정이 자신의 마음과 가슴에 자연히 일어나며 영원히 존재하는 창의적인 에너지라는 동일한 원천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반야심경’은 모든 현상이 공하다는 것, 독립적인 자성이 없다는 것을 매우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감정은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창의성의 진정한 원천은 어떠한 분별개념도, 생각도,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이 순수한 에너지다. 이는 분별개념과 에너지의 조합이 아니라 순수한 의식과 에너지의 조합의 순간이다. 우리는 이미 그 에너지와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우리의 생각으로 그 에너지에게 어떠한 형태를 주겠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그 에너지는 아름답게 빛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53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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