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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이상현의 ‘우리 집 밥상’

기자명 신현득

산과 바다가 내준 밥상 위 음식 보며
이 세상 모든 게 고마움의 대상 표현

산이 따라와 나물 접시에 있고
생선 따라온 바다도 같이 있는
산‧바다 만난 밥상은 보살 손길
숟가락‧젓가락‧그릇에도 감사

세상에는 고맙지 않은 게 없다. 내가 지닌 학용품을 보자. 공부에 쓰이는 연필과 지우개부터 그렇다. 연필은 한 어린이를 위해 글씨를 써주고 있다. 몸을 아프게 깎아야 일을 할 수 있다. 지우개는 제 몸이 닳으면서 한 어린이의 공부를 돕는다.

필통이 그렇다. 책가방이 그렇다. 신이 그렇고 신주머니가 그렇다. 옷이 그렇고, 모자가 그렇다. 교실을 둘러보면, 교실이 그렇고, 책상이 그렇고, 의자가 그렇고, 칠판이 그렇고, 칠판지우개가 그렇다. 자연을 둘러보면 해님이 그렇고, 달님이 그렇고, 초록빛깔의 숲이 그렇고, 물이 그렇고, 공기가 그렇다. 

사회를 들여다보면 선생님만 고마운 게 아니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만 고마운 게 아니다. 의사가 고맙고 간호사도 고맙고, 교통경찰도 고맙고, 버스 기사도 고맙고, 새벽에 일어나 길을 쓸어주는 청소부 아저씨는 더 고맙다. 

생활품을 대어주는 장사들이 고맙고, 약을 대어주는 약사들이 고맙고,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주들이 고맙고, 밤을 새며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더 고맙다. 뙤약볕에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농부들이 국민을 위해 곡식을 가꾼다. 고맙고 고맙다. 우리는 고마운 분, 보살의 손길에 둘러싸여 그 도움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치안을 맡아주는 경찰관, 화재와 풍수해를 막아주는 소방관, 나라를 지켜주는 군 장병은 어떨까? 

우리들 밥상을 들여다볼까? 하루에 세끼, 밥을 먹여주는 숟가락·젓가락이 있고, 음식을 담아주는 그릇이 있고, 그릇을 받쳐주는 밥상이 있다.  

   
     
우리 집 밥상 / 이상현

작은 밥상에
산이 놓여 있다. 
바다도 보인다. 

산나물 접시에 
산골짜기가 담겨 나오고
등 푸른 생선구이에
바다가 함께 따라 나온다. 

밥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깊은 산이 보이고 
가까이 동해의 파도 소리가 날아든다. 

산과 바다가 
우리집 밥상에서 만나는 날이다. 

이상현 동시집 ‘쉼표 찾기’(2020)에서

 

이 시를 읽어보자. 화자 어린이는 밥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밥상에 산나물이 놓여 있다. 누가 준 것일까? 한 어린이, 아니면 어린이 가족의 영양을 위해서 산이 준 것이다. 그래서 산이 따라와 산나물 접시에 같이 놓여 있다. 

산나물이 자라고 있던 골짜기가 같이 와서 접시에 놓여 산나물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내가 준 거야” 하고 산이 말하고 있다. 고마운 산이요, 골짜기다. 

등 푸른 생선이 밥상에 놓여 있다. 누가 준 것일까? 바다가 준 것이다. 생선을 따라서 바다가 같이 와 있다. 파도 소리와 같이 와서 생선 그릇에 같이 놓여 있다. “내가 준 거야. 철썩철썩”하고 바다가 말을 한다. 고마운 바다다. 그러고 보니 산과 바다가 밥상에서 만나고 있다. 보살의 손길이 만난 것이다.

아동문학 원로 이상현(李相鉉) 시인은 전남 보성 출신(1940)으로 196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등단, 왕성한 작품생활을 해왔다. 세종아동문학상(1972), 소천아동문학상(1975) 등을 수상했으며, ‘스케치’(1974), ‘생각하는 소년’(1978) 외 다수의 동시집과 ‘현대아동문학사’(1974), ‘한국아동문학론’(1976) 외 동화집 등 저서가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53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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